[천병혁의 야구세상] 스프링캠프 착시 현상과 시범경기의 중요성

[천병혁의 야구세상] 스프링캠프 착시 현상과 시범경기의 중요성

링크핫 0 332 2022.03.08 09:20
부산 기장군에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한 지난해 우승팀 kt wiz.
부산 기장군에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한 지난해 우승팀 kt wiz.

[kt wiz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수년 전 수도권의 한 구단 단장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전지훈련 하면서 우리 팀 투수들의 예상 승수를 대충 계산해 봤어요. 이 투수는 올해 최소한 몇 승을 해 줄 것 같고, 저 투수도 최소 몇 승을 올릴 거라고 대충 계산했더니 총 예상 승수가 100승이 넘더라고요. 참 나…."

하지만 그 팀은 그해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했다.

상당수 구단 관계자들이 전지훈련 때마다 겪는 착각이다.

겨우내 야구를 쉬었다가 햇빛 좋은 캠프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면 괜히 기분부터 좋아진다.

타자들은 연습배팅에서 펜스 너머로 장타를 펑펑 날리고, 투수들은 '쌩, 쌩' 소리를 내며 캐처 미트에 강속구(?)를 꽂는다.

이 선수도 좋아 보이고, 저 선수도 좋아 보이니 올해는 무조건 일을 한번 낼 것 같기도 하다.

전남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 중인 KIA 선수들
전남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 중인 KIA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일부 구단은 이 같은 환상이 정규리그 개막 1주 만에 깨진다.

캠프에서는 그렇게 잘 던지던 투수가 막상 실전에서는 스트라이크조차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장타를 펑펑 날리던 타자는 긴장감에 어설프게 방망이를 돌리다 빗맞은 타구만 만들고 있다.

이런데도 코칭스태프나 프런트가 재빨리 대안을 찾지 못하고 믿는 선수들만 계속 믿는다면 바로 '망한' 시즌이 된다.

이래서 몇몇 구단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대한 다른 팀과 연습 경기를 많이 치르려고 일정을 짠다.

자체 청백전이 아닌 상대 팀과 경기를 해봐야만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국내 구단들이 일본에서 '오키나와 리그'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주로 미국에서 전지 훈련했던 키움 히어로즈는 일본에는 자신들이 확보한 훈련장도 없었지만 오키나와에 들러 연습경기만 치르고 귀국하기도 했다.

당시 구단들은 날씨가 국내보다 따뜻한 해외에서 길게 훈련하려다 보니 시범경기 일정을 줄여 달라고 KBO에 요청했었다.

경북 경산 삼성라이온즈 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삼성 선수들
경북 경산 삼성라이온즈 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삼성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10개 구단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훈련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이번 주말 개막하는 시범경기는 팀당 16경기로 지난해보다 6경기 늘어났다.

팀으로서는 소속 선수들의 기량을 최종 점검하는 게 상대 팀 전력도 제대로 파악할 좋은 기회다.

하지만 단순히 시범경기 승패나, 선수들의 활약도에만 집중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1위, 롯데 자이언츠는 3위를 차지했지만 '가을야구'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선수 개인들의 장점은 극대화해야 하지만, 팀 전체로는 시범경기를 통해 반드시 약점을 찾아야 한다.

구단 스스로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2군이나 트레이드 등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email protected]

Comments

번호   제목
58442 '구속 혁명' 시대에 '느림의 미학' 커브볼 2만 개 사라졌다 야구 03:23 1
58441 직장 내 괴롭힘 임원 감싸는 KPGA…노조, 문체부 특별 감사 요구 골프 03:23 1
58440 동아시안컵 2연패 지휘 모리야스 "개인 능력·팀으로 한국 능가" 축구 03:22 1
58439 '예비 FA' kt 강백호, 조기 복귀 건의…"경기에 나갈 수 있다" 야구 03:22 1
58438 전반기 MLB 홈런 1위 롤리, 올스타 홈런더비도 우승…포수 최초 야구 03:22 1
58437 김새로미, KLPGA 드림투어서 2년 만에 우승…통산 2승 골프 03:22 1
58436 클럽월드컵 우승은 첼시가 했는데…트로피는 트럼프 품으로 축구 03:22 1
58435 매향중, 2025 경기도 아시아컵 U-15 야구대회 우승 야구 03:22 1
58434 동아시안컵 한일전 0-1 패한 홍명보 "경기력은 우리가 좋았다" 축구 03:22 1
58433 오타니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희망…WBC 투타겸업은 고민" 야구 03:22 1
58432 한화이글스 외국인 투수 와이스·폰세, 대전 중구 명예구민 됐다 야구 03:22 1
58431 여자골프 인터내셔널 크라운, 21일까지 입장권 선착순 한정 판매 골프 03:21 1
58430 KBO 실행위,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시행 시점 논의…PS 전엔 도입 야구 03:21 1
58429 KPGA, 8월 12∼15일 원주 오크밸리서 유소년 골프 캠프 개최 골프 03:21 1
58428 K리그1 제주, 2부 이랜드서 브라질 윙어 페드링요 임대 영입 축구 03:2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