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연봉 상한 3억여원 감액 이유는…효율의 문제(서울=연합뉴스) 이동칠 = 여자 프로배구 선수가 다가오는 2026-2027시즌부터 받을 수 있는 개인 연봉 상한액이 3억여원가량 삭감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외국 국적 동포 선수의 신인 드래프트 참가 허용과 함께 여자부에 준 변화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다음 시즌 계약부터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개인 연봉 상한액은 종전 8억2천500만원(연봉 5억2천500만원+옵션 3억원)에서 5억4천만원(연봉 4억2천만원+옵션 1억2천만원)으로 2억8천500만원이 축소된다.
이번 2025-2026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선수들은 보수총액 5억4천만원을 초과한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다만 구단 총보수 한도인 30억원(샐러리캡 21억원·옵션캡 6억원·승리수당 3억원)과 기존 선수들의 계약 금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배구연맹과 여자부 구단들이 선수들의 능력에 따라 몸값이 책정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개인 연봉 상한액을 도입한 이유는 뭘까.
특정 선수에게 비용이 집중되는 고액 연봉 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배구는 '배구 여제' 김연경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국제 대회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때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뤘던 여자 배구는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승 11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으며 잔류에 실패했다.
FIVB 세계랭킹도 40위까지 추락했다.
일본이 세계 5위로 톱10에 들어 있는 가운데 한국의 순위는 중국(6위)과 태국(18위), 베트남(28위), 카자흐스탄(35위), 대만(37위)보다도 낮다.
하지만 매년 연봉이 치솟으면서 구단들의 부담은 적지 않았다.
<2025-2026 V리그 여자부 보수 총액 상위 10명>
| 순위 | 팀 | 선수 | 연봉 | 옵션 | 총액 |
| 1 | 현대건설 | 양효진 | 5억원 | 3억원 | 8억원 |
| 1 | 한국도로공사 | 강소휘 | 5억원 | 3억원 | 8억원 |
| 3 | 페퍼저축은행 | 박정아 | 4억7천500만원 | 3억원 | 7억7천500만원 |
| 4 | IBK기업은행 | 이소영 | 4억5천만원 | 2억5천만원 | 7억원 |
| 5 | 현대건설 | 정지윤 | 4억5천만원 | 2억원 | 6억5천만원 |
| 6 | 한국도로공사 | 배유나 | 4억4천만원 | 1억1천만원 | 5억5천만원 |
| 6 | 흥국생명 | 이다현 | 3억5천만원 | 2억원 | 5억5천만원 |
| 8 | 정관장 | 염혜선 | 4억2천만원 | 3천만원 | 4억5천만원 |
| 9 | IBK기업은행 | 이주아 | 3억3천만원 | 7천210만원 | 4억210만원 |
| 9 | 현대건설 | 김연견 | 4억원 | - | 4억원 |
특히 최근 이소영(전 IBK기업은행)의 계약 해지와 박정아(페퍼저축은행)의 부진이 겹치면서 고액 연봉자의 '먹튀 논란'이 몸값이 과잉 책정돼 있다는 비판을 부추겼다.
이소영은 작년 4월 IBK기업은행과 3년간 보수 총액 7억원(연봉 4억5천만원·옵션 2억5천만원)에 계약했지만, 두 시즌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24-2025시즌 34경기(99세트)에 주로 교체 출전하며 총 69득점에 그쳤고, 올 시즌 들어서도 고작 두 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몸값 7억원을 받는 선수의 성적표로는 초라하다.
이소영은 거센 비판 속에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시즌 중 당한 어깨 부상으로 수술받은 후 결국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됐다.
또 보수총액 7억7천500만원인 박정아 역시 최근 '무득점' 후 교체되는 굴욕 속에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와 함께 나란히 보수총액이 8억원인 '연봉퀸' 양효진(현대건설)과 강소휘(한국도로공사)도 몸값 대비 성과는 낮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연봉 대비 효율이 낮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단 보수총액은 유지하되 특정 선수 한 명에게 비용이 집중되는 걸 막아 저연봉 선수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도 고액 연봉 구조 개선 이유가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거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에이스 선수 한 명에게 고액을 몰아주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특히 최근 고액 연봉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점도 개선 필요성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