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일본과의 평가전 1차전에서 3점포 연속 3방을 꽂아 넣으며 명실상부 한국 대표 슈터로 이름을 높인 유기상(LG)이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놀라운 마음과 기쁜 감정을 함께 드러냈다.
유기상은 17일 경기도 안양정관장아레나에서 진행된 남자 농구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연합뉴스와 만나 "사실 3점포를 3개 연속 넣은 건 내 기억에 없다"며 웃었다.
유기상은 지난 11일 일본과의 2025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1차전에서 3점포 5방을 포함해 19점 3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3점슛 성공률은 58%(9개 중 5개)에 달했고, 이현중(25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특히 백미는 3쿼터 초반이었다.
42-45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한국은 3쿼터 시작 직후 3점포 3방을 연달아 꽂아 넣은 유기상의 활약 덕분에 분위기를 되찾았고, 결국 14점 차 대승으로 마쳤다.
세 번의 슛 모두 쏘자마자 들어갔다는 느낌이 왔다는 유기상은 "똑같은 자리에서 두 개를 연달아 넣은 기억은 있는데, 세 번 연속을 넣은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감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내가 몇 개를 넣었다기보다는 그냥 이기려는 생각만으로 뛰었다"며 "계속 순리대로 흐름대로 따라가다 보니 내게 운이 좀 따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절정의 슛 감을 자랑하는 유기상은 다른 선수들에게 수비가 몰린 사이 자신에게 찬스가 나면서 마음 놓고 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유기상은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이현중(일라와라) 형, 여준석(시애틀대), 이정현(소노) 형 같은 선수들에게 상대 수비가 많이 몰리다 보니 내가 좀 더 쉬운 찬스에서 슛을 쐈던 게 적중률이 높았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준석도 자기가 슛을 쏘는 대신 감이 좋은 유기상, 이현중 등 동료들에게 패스를 내줬는데, 유기상은 "준석이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원래 두세 명 있어도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유기상은 이현중의 정신력을 가장 빼앗아 오고 싶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슛을 연습할 때 조금 아쉬워할 수 있는데, 현중이 형은 그런 게 없다"며 "내가 스스로 실망하면서 고개를 숙여도 현중이 형은 고개 숙이지 말라고, 계속 쏘라고 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계속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눈치 보는 것도 없이 그저 계속 떳떳하게 하는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중이 형의 그런 남다른 멘털을 조금씩 내 것으로 잘 흡수하면 나도 리그에서나 대표팀에서나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라고 상상했다.
일본과의 2연전에서 전승을 거둔 안준호호 남자 농구대표팀은 이제 카타르와의 2연전을 정조준한다.
카타르는 다음 달 5∼1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에서 맞붙는 상대기도 하다.
유기상은 "아무래도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일본전에 비해 180도 다른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감독님이 계속 강조하시는 리바운드가 승패를 가를 것 같고, 우리가 좀 더 빠르고 정확하고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과의 2차전(5득점)은 좀 아쉽다. 내 역할이라면 한두 방 정도는 더 넣었어야 했다"는 유기상은 "카타르는 우리보다 신장도 좋고, 빠르고, 높기 때문에 더 좋은 적중률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 남은 두 경기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