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혁명' 시대에 '느림의 미학' 커브볼 2만 개 사라졌다

'구속 혁명' 시대에 '느림의 미학' 커브볼 2만 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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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서 2019년 10.7% 차지했던 커브, 지난해 8.1%로 감소

MLB를 대표하는
MLB를 대표하는 '커브 장인' 클레이턴 커쇼의 커브 투구 순간

[Imagn Images=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강속구를 상상하며 스윙을 준비하고 있던 타자에게 마치 운석처럼 떨어지는 느린 커브가 들어간다.

타자는 속절없이 헛스윙으로 물러나고, 투수는 의기양양하게 다음 타자를 기다린다.

한순간에 타자를 '바보'로 만드는 커브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변화구이자 여전히 투수들이 사랑하는 공이다.

1960년대 리그를 지배했던 샌디 쿠팩스, 탈삼진의 대명사 놀런 라이언, 살아있는 전설 클레이턴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커브를 주 무기로 타자를 농락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구속 혁명' 시대를 맞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커브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AP통신은 15일(한국시간) MLB 공식 데이터를 인용해 2019년 전체 투구의 10.7%를 차지했던 커브 비율이 2024년 8.1%까지 급감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2.6% 포인트 감소한 커브 구사 비율을 공의 개수로 환산하면 2만2천962개나 된다.

커브는 평균 시속 80.2마일(약 129㎞)로 가장 느린 변화구다.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인 구종이지만, 최근에는 수평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나 스위퍼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스위퍼를 포함한 슬라이더는 올해 전체 투구의 22.6%를 차지해 2008년의 13.9%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역 시절 커브를 주무기로 MLB를 호령했던 놀런 라이언
현역 시절 커브를 주무기로 MLB를 호령했던 놀런 라이언

[EPA=연합뉴스]

올 시즌 커브 사용률 28.1%로 리그 상위권인 탬파베이 레이스 투수 셰인 바즈는 "요즘은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12-6 커브를 던지는 사람을 보기 어렵고, 대신 스위퍼나 하드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 야구 부문 수석 고문인 오마르 미나야는 "지금은 '스로잉'(투척)의 시대지, '피칭'(투구)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다양한 구종보다는 구속에 집착하는 흐름을 꼬집었다.

실제로 MLB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2008년 시속 91.9마일(147.9㎞)에서 올해 94.4마일(151.9㎞)로 올라갔다.

또한 시속 100마일(161㎞)을 넘은 투구는 2008년 214개에서 2023년 3천880개로 약 18배 증가했다.

강하게 던지는 대신, 길게 던지지는 못한다.

선발 투수 평균 투구 이닝은 1980년대 6⅓이닝에서 최근에는 5⅓이닝으로 감소했고, 평균 투구 수도 2010년 97개에서 올해 85.7개로 줄었다.

과거에는 투수가 다양한 공으로 타자와 수 싸움을 벌이고, 타자는 이를 간파하고자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수가 강한 공을 던지고, 타자는 큰 스윙으로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힘 대 힘'의 대결로 흘러간다.

커브는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데 유리하지만, 공이 느리기 때문에 타자가 콘택트에 성공해 인플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브는 여전히 효율적인 공이다. 올 시즌 MLB에서 커브 타율은 0.225로 포심 패스트볼(0.263)보다 낮고 슬라이더(0.222)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해설자로 활동 중인 MLB 투수 출신의 댈러스 브레이든은 "멋진 커브가 들어가는 순간에는 '저건 아무도 못 친다'고 타자에게 동정심이 들곤 했다"며 "요즘은 (커브를 보기 힘들어져서)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나 던지는 이퍼스(아리랑 볼)가 유일하게 아름다운 구종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커브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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