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일 경기도 용인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친선전 경기. 한국 정민영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5.6.2 [KF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은 평균 연령이 30세인 것 같은데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을 1-0으로 꺾은 모로코의 취재진은 경기 후 레날 페드로스 모로코 감독에게 상대국의 '나이'를 언급했다.
당시 페드로스 감독은 "연령은 그렇게 따져보지 않은 것 같다"고 일축했으나 현지 취재진 사이에서 기자회견 중 질문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고령화'는 화젯거리가 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었던 당시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약 30세로, 출전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10년대부터 대표팀을 지탱해온 베테랑들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황금세대'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달갑지 않다.
A매치 156경기에 출전한 조소현(버밍엄 시티)은 당시 취재진에 "2015, 2019년 월드컵 때도 우리보고 황금세대라고 부르더라. 그렇게 불리는 게 지겹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대교체는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해묵은 과제다.
신예를 발굴하지 못하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과 2027 여자 월드컵에서는 선수단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2일 경기도 용인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친선전 경기. 한국 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6.2 [KF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이러면 기술 완성도나 노련함보다는 스프린트 횟수와 활동량이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떠오르는 최근 세계 여자축구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뒤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최우선 과제라고 본 신상우 대표팀 감독은 선수단 연령대를 확 낮췄다.
이번 콜롬비아와 2연전을 위해 소집된 26명의 평균 연령은 약 26세였다.
A매치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지난 2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두 번째 평가전 킥오프 2분 만에 득점을 기록한 정민영(서울시청)도 이 경기가 A매치 데뷔전이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2004년생 공격수 전유경(몰데)과 박수정(울산과학대) 모두 콜롬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A매치 데뷔를 신고했다.
후방에서도 새 얼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정규리그 우승 주역인 수비수 이민화(화천 KSPO)와 김미연(서울시청)이 2일 콜롬비아를 상대로 태극마크를 달고 첫 경기를 치렀다.
후반 18분 김진희(경주 한수원)의 자책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클린시트(무실점)를 이룰 수 있었던 골키퍼 류지수(세종스포츠토토)도 이날 경기가 두 번째 A매치였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9일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콜롬비아와의 '쿠팡플레이 초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
콜롬비아는 2023 여자 월드컵 8강에 오르고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도 진출한 강호다. 여자 월드컵 땐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0-2 완패를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신예들이 대거 출동한 2차전, 대표팀은 치열한 승부를 펼친 끝에 콜롬비아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에이스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소속팀 복귀로 전열에서 빠지고, 김혜리(우한)·이영주(레반테)·임선주(인천 현대제철) 등 주축 선수들이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선전한 것이다.
신 감독은 콜롬비아와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평가전의 목표는 '세대교체 촉진'이라며 모든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배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약속을 지킨 신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젊은 선수들이 오늘과 같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베테랑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가 WK리그를 직접 가서 보는 이유도 운동장에서 성실하게 하는 선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한 것을 두고선 "(우리나라)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9일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신상우 감독과 주장 이영주 선수가 콜롬비아와의 '쿠팡플레이 초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9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