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파격적인 구상안을 공개했다.
2005년생 고졸 신인 투수 김택연(19)을 새 마무리 투수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마무리 투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보직이다.
아직 프로무대에 데뷔도 하지 않은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기겠다는 구상안에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택연은 시즌 초반 부침을 겪었으나 페이스를 찾은 4월 중순부터 무섭게 기량을 뽐냈다.
특유의 강속구를 앞세워 승리 조의 일원으로 두산의 허리를 지켰다.
이승엽 감독은 6월 중순 기존 마무리 투수였던 정철원, 홍건희가 차례로 난조를 보이자 개막 전에 생각했던 구상안을 현실로 옮겼다.
이승엽 감독의 안목은 탁월했다. 김택연은 6월 한 달 동안 5세이브를 거두면서 월간 평균자책점 0.84를 찍었고, 7월에도 5세이브와 함께 0.90의 특급 성적을 냈다.
김택연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이승엽 감독은 멀티 이닝까지 맡겼다.
그는 지난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방문 경기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 역전 위기에 등판해 김도영,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연거푸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2사 1, 2루에 놓였으나 이창진을 내야 땅볼로 유도해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그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도 숨 막히는 접전 상황에서 멀티 이닝을 책임졌다.
7-6으로 앞서던 8회 1사 2루에 등판해 오스틴 딘과 오지환을 범타로 처리했고, 9회엔 함창건, 박동원, 박해민을 삼자 범퇴 처리했다.
박동원과 승부가 백미였다. 김택연은 강속구를 잘 치기로 유명한 거포 박동원을 상대로 직구만 6개를 던지는 힘 싸움을 펼쳤다.
김택연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다시 151㎞ 직구를 던졌고, 박동원을 중견수 뜬 공으로 막아냈다.
대범하게 직구로 정면 승부하는 모습이 신인 선수 같지 않았다.
김택연은 이날 경기를 지켜내면서 시즌 13세이브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2.01까지 떨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4.8.6. [email protected]
LG전을 마친 뒤 만난 김택연은 "날씨가 더워서 힘들었지만, 상대 팀 타자들도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공을 던졌다"라며 "(포수) 양의지 선배가 '오늘 직구 구위가 최고'라며 변화구를 던질 필요가 없다고 해서 자신감 있게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경기 연속 멀티 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것에 관해선 "KIA전보다는 마음이 편했다"라며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건 쉽지 않지만, 한 번 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김택연은 2024시즌 신인 선수 중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이변이 없다면 정규시즌 신인왕 수상이 유력하다.
그는 "일단 첫 목표를 10세이브로 잡았는데, 이젠 20세이브까지 도전하고 싶다"라며 "올 시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