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방문 경기, 2회 적시타를 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훈(36·롯데 자이언츠)은 김광현(35·SSG 랜더스)과의 상대 타율 0.197(67타수 13안타)의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타석에 섰다.
하지만,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방문 경기에서는 정훈이 '김광현 저격수'로 활약했다.
이날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정훈은 SSG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김광현과 상대 타율은 0.214(70타수 15안타)로 올랐다.
정훈의 타석은 10일 경기의 승부처였다.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2루, 정훈은 김광현의 시속 139㎞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전 적시타를 쳤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정훈은 2-0으로 앞선 4회 무사 1, 3루에서는 김광현의 시속 146㎞ 받아쳐 좌중간 안타로 귀한 추가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린 정훈의 활약 덕에 SSG를 6-1로 꺾고 3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경기 뒤 정훈은 "최근에 내 타격감이 너무 나빠서 김광현을 대비할 정신도 없었다"며 "다만 올해 SSG 투수들이 내게 커브 등 느린 공을 던지지 않았던 걸 기억해 직구 또는 슬라이더 등 빠른 변화구를 기다렸다. 그 전략이 통했다"고 밝혔다.
정훈은 전날까지 최근 10경기 타율 0.148(27타수 4안타)의 깊은 부진에 시달렸다.
그는 "굶기도 해보고, 잠을 조금만 자는 등 정말 할 수 있는 걸 다 해 봤는데 안 되더라"고 털어놨다.
고민은 표정에도 드러났다.
10일 경기 전 정훈의 어두운 표정을 본 김태형 롯데 감독은 "그냥 해. 뭘 그렇게 고민해"라고 특유의 냉소적인 말을 툭 던졌다.
정훈은 "감독님의 짧은 한마디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그래, 고민해도 안 되는데, 일단 편하게 마음먹고 타석에 서보자'라고 생각했다. 마침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방문 경기, 2회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3∼4월 타율 0.294로 활약하던 정훈은 5월에 타율 0.172의 부진에 빠지더니, 5월 17일에는 왼쪽 엉덩이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6월 7일에 1군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타격감은 되살리지 못했다.
정훈의 올 시즌 성적은 10일 현재 타율 0.254(181타수 46안타), 7홈런, 28타점이다.
정훈은 "타율이 바닥을 쳤다. 오늘이 반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자꾸 자신을 낮추고, 최근 타격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정훈은 롯데에 꼭 필요한 '조연'이다.
중견수, 1루수로 뛰던 정훈은 최근에는 3루수로 자주 나서 부상으로 이탈한 손호영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정훈은 "3루 쪽에 공이 안 오길 빈다"고 농담하면서도 "내게 공이 오면 확실하게 처리하겠다고 마음먹고, 3루에 선다"고 했다.
그는 "포지션 하나에 확실하게 자리 잡는 게 선수에게는 최선이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도 프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감독님께서 나를 어떻게든 기용하려고, 여러 자리에 세우는 거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날에도 정훈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훈은 김광현을 상대로 친 두 번의 적시타를 치며 2006년 육성 선수로 프로 무대를 밟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