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8)는 5회 타석에서 롯데 자이언츠 두 번째 투수 박진형의 2구째가 몸쪽으로 파고들자 미동도 하지 않고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맞아서라도 출루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1군 경기 기회라 마치 신인 선수처럼 몸이 굳어서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용규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지금 아예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의도치 않게 아예 피하지 못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온 이용규는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고, 3타수 3안타 1볼넷 몸에 맞는 공 1개로 다섯 차례 출루하고 3득점을 올렸다.
돌격 대장 이용규가 맹활약한 키움은 롯데에 9-4로 승리했다.
이용규는 여러 번 "오늘 어떻게 안타를 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1군 승격은 갑작스러웠다.
스프링캠프 훈련 도중 오른쪽 손목을 다친 이용규는 조기 귀국했고, 최근에서야 연습 경기와 퓨처스(2군) 리그 2경기에 출전했다.
외야수 이주형이 허벅지 부상으로 이날 갑작스럽게 1군에서 말소되면서 이용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용규는 "오늘 결과가 좋았을 뿐이지, 타석에서 전혀 생각했던 대로 타격을 못 하고 있다. 팀에 피해만 주지 말고 타석에서 집중하려고 했다. (3회) 2루타도 어떻게 친 건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2021년 키움 유니폼을 입고 그해 타율 0.296으로 맹활약한 이용규는 2022년 86경기 타율 0.199, 2023년 50경기 타율 0.234로 고전했다.
자연스러운 기량 하락이 문제가 아니라 부상에 발목이 잡힌 결과다.
이용규는 "지난 2년 동안 부상 때문에 고전해서 사실 작년에는 은퇴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시즌 안 아프고 못 한 거라면 (은퇴를) 준비했을 텐데, 아파서 못한 거라 다시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운동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용규의 1군 경기 선발 출전은 지난해 10월 10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처음이다.
그 경기는 홈 최종전이라 이벤트성에 가깝게 출전한 것이었고, 제대로 뛴 건 8월 18일 고척 롯데전이 마지막이었다.
이용규는 "거의 6개월 만에 실전 경기를 제대로 치른 것 같다. 이주형과 이형종, 로니 도슨까지 외야수들이 잘해서 내가 올라갈 자리가 없었다"고 했다.
손목을 다친 뒤 귀국한 이용규는 병원에서 수술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손목에 다시 칼을 대고, 재활을 거친다고 해도 돌아올 자리가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용규는 "병원에서도 이런 이유로 '그냥 열심히 운동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지금은 다행히 안 아프다"면서 "이렇게 하다가 다치면 그게 제 운명이다. 그렇게 안 되게끔 열심히 운동하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