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선수들이 12월 26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IBK기업은행전에서 시즌 17승(1패)째를 거둔 뒤 '17번' 고예림의 등번호를 활용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전반기 판도는 '여자부 현대건설 독주', '남자부 전구단 경쟁 체제'로 극명하게 갈렸다.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이다현의 트윈 타워, 김연견·황민경·고예림의 견고한 수비,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화력 등이 어우러져 3라운드까지 총 18경기에서 17승(1패)을 거뒀다.
벌써 승점 51을 쌓은 현대건설은 2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9·14승 4패)에 12점 차로 앞선 채 6라운드를 도는 이번 시즌 일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여자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전반기에서 승점 5(1승 17패)만 챙겼다.
반면 남자부는 7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10승을 채우는 혼전 속에 전반기를 마쳤다.
대한항공(승점 33·11승 7패)은 KB손해보험(승점 33·10승 8패)과 승점은 같고 승수에서 앞선 불안한 1위로 1∼3라운드 일정을 끝냈다.
1위 대한항공과 7위 삼성화재(승점 22·7승 11패)의 격차는 11점에 불과하다.
◇ 현대건설 개막 후 최다 12연승…기업은행은 내홍 속 6위
현대건설은 6개 구단 체제로 벌인 2020-2021시즌 30경기에서 승점 34(11승 19패)에 그쳐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올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현대건설은 10월 17일 IBK기업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부터 12월 3일 KGC인삼공사전까지 12연승을 내달렸다.
흥국생명이 지난 시즌 김연경·이재영·이다영 등 '국가대표 주전 라인업'을 앞세워 달성한 10연승을 넘어선 V리그 여자부 역대 개막전 포함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현대건설은 구단 최다 연승 기록(종전 10연승)도 바꿔놨다.
12월 7일 도로공사에 패해 연승이 끊겼지만, 현대건설은 다시 5연승을 거두며 '최강팀'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번 시즌부터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은 "야스민이 에이스 역할을 해줬고, 현대가(家)의 장점인 센터진(양효진·이다현)에서 득점이 자주 나왔다"며 "세터 김다인의 경기 운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김연견과 황민경, 고예림도 수비에서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전반기를 총평했다.
2위 경쟁에서는 도로공사가 한 걸음 앞서갔다.
도로공사는 켈시 페인(등록명 켈시)·박정아 쌍포와 베테랑 센터진 정대영·배유나의 활약 속에 구단 최다인 10연승(종전 9연승)을 내달리며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 시즌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컵대회 우승)을 달성한 GS칼텍스가 승점 34(11승 7패), 이소영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인삼공사가 승점 33(11승 7패)으로 도로공사를 추격 중이다.
흥국생명(승점 18·6승 12패)과 IBK기업은행(승점 9·3승 15패), 페퍼저축은행(승점 5·1승 17패)은 '3약'으로 분류된다.
기업은행의 추락은 예상 밖의 일이다.
도쿄올림픽 4강의 주역이었던 김희진·김수지·표승주를 보유한 기업은행은 최고 인기 팀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더니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
주전 세터 조송화의 훈련 이탈이 서남원 전 감독의 경질, 함께 이탈했던 김사니 전 코치의 사임 등으로 이어지며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김호철 감독이 부임해 수습에 나섰지만, 반환점을 돌 때까지 기업은행은 승점 10도 채우지 못했다.
이번 시즌부터 V리그에 합류한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도 좌충우돌하며 단 1승만 거뒀다.
◇ 양효진의 부활·이다현의 성장…최고 외국인은 각축
현대건설 질주의 힘은 '중원'에서 나온다.
베테랑 양효진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양효진의 후계자' 이다현은 크게 성장했다.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다.
2020-2021시즌 한송이(KGC인삼공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양효진은 이번 시즌 다시 블로킹 1위(세트당 0.800개)를 달리고 있다. 양효진은 298점을 올려 득점 부문에서도 토종 1위이자 전체 7위를 달린다.
이다현도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46점을 올리며 이 부문 17위에 올랐다. 그의 종전 한 시즌 최다 득점은 107점이었다. 블로킹에서도 세트당 득점 0.723개로 4위에 올라 있다.
'최고 외국인 선수' 경쟁은 치열하다.
야스민은 374점(5위), 공격 성공률 43.84%(2위)를 올리며 '선두팀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득점 1위(468점)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흥국생명), 공격 성공률 1위(45.18%)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GS칼텍스)도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신인왕 경쟁은 더 치열하다.
도로공사 세터 이윤정은 V리그 사상 최초의 '실업팀 출신 신인왕'에 도전한다.
2015년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하고 프로가 아닌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한 이윤정은 2021-2022 드래프트를 통해 도로공사에 입단했고, 도로공사 주전 세터로 활약 중이다.
레프트 정윤주(흥국생명)와 박은서(페퍼저축은행)는 팀이 하위권으로 처졌지만, 빠르게 성장하며 희망을 안기고 있다.
◇ 남자부는 혼돈…예비역 전광인·송희채 주목
핀란드에서 온 1987년생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전반기를 1위로 마치며 2시즌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가능성을 키웠다.
'데이트 폭력' 의혹으로 2라운드까지 뛰지 않았던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정지석이 3라운드에서 복귀하면서, 대한항공의 전력은 크게 상승했다. 대한항공은 3라운드에서 5승(1패)을 챙겼다.
하지만 'V리그 남자부 최고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를 앞세운 KB손해보험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 시즌 1천147점을 올려 득점왕에 오른 케이타는 이번 시즌에도 659점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며 '2시즌 연속 득점왕'을 예약했다. 이 부문 2위 카일 러셀(삼성화재·525점)과의 격차는 무려 134점이다.
KB손해보험은 우리카드로부터 레프트 한성정을 영입해 '창단 첫 우승'의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기존 레프트 김정호가 28일 발목과 무릎을 다치는 악재도 발생했다.
'예비역'을 앞세운 중위권 팀의 반격도 거세다.
우리카드는 아직 6위(승점 24·7승 11패)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4연승 행진을 벌이며 중위권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11월 21일 전역해 11월 23일부터 코트에 선 다재다능한 레프트 송희채가 반등의 동력이 됐다.
5위 현대캐피탈(승점 25·8승 10패)도 후반기에 주목할 팀이다.
국가대표 레프트 전광인이 12월 22일 전역했고, 26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 출전해 팀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이끌었다. 공격은 물론이고 리시브에도 능한 전광인의 복귀로 현대캐피탈은 공수 전력이 모두 상승했다.
현대캐피탈이 새 외국인 선수로 낙점한 '청부사'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도 곧 팀에 합류해 팀의 화력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