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81개월 만에 프로배구 현장으로 돌아온 김호철(66) IBK기업은행 감독은 크리스마스인 25일 팀 선수들과 함께 '마니또(제비뽑기로 결정된 친구를 몰래 도와주는 존재)'를 뽑았다.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호철 감독은 팀 훈련에서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답답한 상황이 나오더라도 김 감독은 자상하게 선수들을 다독였다.
남자부 감독 시절 '엄한 지도자'로 유명했던 김호철 감독은 달라져 있었다.
김 감독은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확실히 나 자신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탈리아에서 지내고 있는 딸(전 배구선수 김미나 씨)이 경기 중계방송을 보고 '너무 성질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연락을 해올 정도"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이 팀에 처음 부임한 뒤 선수들이 선입견을 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우선 선수들을 편안하게 하면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김호철 감독은 배구계의 거목이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2003년 귀국해 남자부 현대캐피탈, 러시앤캐시, 남자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다.
2019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 김호철 감독은 2년 만에 여자부 IBK기업은행 신임 감독으로 돌아왔다.
조송화의 이탈 등으로 극심한 내홍에 빠진 IBK기업은행은 김 감독을 '소방수'로 선택했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단을 수습하고 중심을 잡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변화의 움직임은 조금씩 표면 위에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초반 매 경기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코트 위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한국도로공사와 원정 경기에선 풀세트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처음 부임했을 때보다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1위 현대건설과 경기가 쉽진 않겠지만, 오늘 경기에서 더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