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주 프로야구의 최대 화제는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32)의 KBO리그 입성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9일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푸이그와 100만달러(약 11억8천만원)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키움의 공식 발표 이후 푸이그의 행보에 KBO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도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쿠바 망명 선수이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동료였던 푸이그는 실력만큼은 검증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푸이그는 2013년 빅리그 데뷔 첫해부터 파워 배팅과 폭발적인 주루, 강력한 어깨 등 '5툴 플레이어'로서 능력을 과시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떠올랐다.
2019년까지 7시즌 통산 성적은 2019시즌까지 통산 8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132홈런, 415타점이다.
그러나 그는 2019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했지만 정작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고 '미아' 신세가 됐다.
실력보다는 '천방지축' 같은 인성이 문제였다.
마이너리그 시절 난폭 운전으로 입건된 사례가 있는 푸이그는 지난해에는 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팀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동료들과도 수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다저스 시절 툭하면 훈련에 지각해 감독을 화나게 했고, 클럽하우스에서는 동료들과 다툼이 잦았다.
급기야 다저스의 간판스타였던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턴 커쇼, 저스틴 터너 등과도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
푸이그가 FA가 되고도 최근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에게 거액을 지불하는 일본프로야구와도 계약을 맺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푸이그의 한국행이 알려지자 후보 구단으로 거론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는 서둘러 부인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인성'을 지닌 푸이그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기업 없이 독립 구단인 키움은 이미지 관리에 좀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키움은 지난해에도 부인 폭행 혐의로 메이저리그에서 징계를 받은 애디슨 러셀을 영입한 바 있다.
또 올해는 한화 이글스가 '구단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며 방출한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를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타 구단과 달리 오로지 '가성비'를 계산하며 철저하게 실용 노선을 택할 수 있다.
사실 키움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부터 적지 않는 재정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키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관중 입장 수입에 치명상을 입었다.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키움은 2018년 입장료만 79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도 74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대부분을 무관중으로 치렀던 지난해 관중 수입은 5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올해도 13억원에 불과하다.
모기업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키움은 관중 수입 급감이 구단 운영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재정 압박 속에도 키움은 푸이그에게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까지 풀베팅을 했다.
푸이그가 지닌 실력 못지않게 관중 동원과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화제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 푸이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키움이 계산대로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지만, 시즌 초반부터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키움의 과감한 승부수가 통할지 여부는 오로지 '푸이그 하기 나름'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