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K리그1 대구FC와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의 2021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이 열린 대구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엔 '하늘색 물결' 속에 때아닌 '주황색'이 등장했다.
주황색과 검은색 글씨가 섞인 '세징야 파이팅 -주민규 외-', '근호야∼ 우린 깐부잖아'라는 현수막이 전광판 아래 붙은 것이다.
주황색은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상징색으로, 해당 현수막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의 염원을 품고 경기장을 찾은 '제3의 팀' 제주 팬이 붙인 것이었다.
올해 K리그1에서 4위에 오른 제주는 이 경기 전까지 내년 ACL 출전의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었다.
K리그1 3위 팀인 대구가 FA컵에서 우승하면 ACL 조별리그에 직행해 플레이오프(PO) 출전권은 제주의 몫이 될 수 있었다.
반면 2부 팀인 전남이 FA컵을 가져가 ACL에 출전하면 제주의 기회는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제주로선 대구를 응원해야 하는 처지였다.
응원 문구 중 '세징야 파이팅'은 7일 열린 K리그1 시상식에서 제주의 주민규가 최다득점상을 받으며 소감에서 "대구FC 세징야 화이팅!"을 외친 것에서 비롯됐다. 이근호는 2016년 제주에서 뛰었던 인연으로 '소환'됐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제주 팬도 한 명 관중석에 자리 잡은 가운데 대구와 전남이 이날만 7골을 주고받는 공방전을 벌이며 제주 선수단과 관계자, 팬들도 경기 내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후반 24분 대구 츠바사가 합계 4-3으로 앞서는 골을 터뜨리며 제주의 ACL PO행도 가까워지는가 했지만, 후반 38분 전남 정재희의 골이 전남의 FA컵 우승을 확정하며 대구뿐만 아니라 제주도 마지막 순간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제주 관계자는 "아쉽다. 그래도 우리가 오늘까지 ACL 진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건 팬들이 만들어 준, '리그 4위'라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