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공격을 위한 빌드업일까, 점유율을 위한 빌드업일까.
'공격의 지향점'을 찾기 어려운 클린스만호가 출범 5번째 A매치에서도 확실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팬들에게 답답함만 전해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9월 A매치 2연전 첫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5경기 동안 3무 2패의 '무승 행진'에 그쳤고,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지휘한 역대 외국인 감독 가운데 '데뷔 이후 최다 무승' 기록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축구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만 떠오르는 경기의 연속이다.
지난 주말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유럽파 선수들의 시차 문제도 없는 상황임에도 대표팀의 경기력은 확실한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하며 '무색·무취' 전술의 반복만 이어갔다.
웨일스전을 앞두고 "감독은 비판받는 게 숙명"이라고 말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여론의 비판을 잠재울 '확실한 전술 카드'를 또다시 꺼내지 못했다.
손흥민(토트넘)은 소속팀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고 합류했고, 홍현석(헨트) 역시 멀티 골(2골)의 기쁨을 맛보고 왔지만 이들의 상승세를 살려주지 못한 것은 분명 사령탑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미트윌란)과 손흥민을 최전방 투톱으로 놓고, 좌우 날개에 이재성(마인츠)과 홍현석을 배치했다.
중원은 황인범(즈베즈다)과 박용우(알아인)가 담당한 가운데 포백은 이기제(수원)-김민재(바이에른 뮌헨)-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가 나섰다. 선발 골키퍼 자리는 김승규(알샤바브)에게 돌아갔다.
외형적으로는 4-4-2 포메이션이었지만 손흥민이 최전방부터 2선까지 프리롤을 맡은 가운데 이재성과 홍현석도 측면에 머물기보다는 중앙 쪽으로 침투하고, 좌우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하는 게 전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표팀이 이날 보여준 빌드업 과정은 사실상 낙제점이었다.
5-3-2 전술을 가동한 웨일스의 두꺼운 수비벽과 전방 압박 속에 대표팀은 빌드업은 물론 역습조차 버거웠다.
후방에서 시작된 빌드업 패스는 황인범이나 박용우에게 전달된 이후 웨일스의 전방 압박을 뚫지 못하고 또다시 백패스와 횡패스로 버티다 볼을 빼앗기는 비효율적인 전개가 '무한 반복'되는 형국이었다.
중원에서 황인범을 통해 최전방으로 투입되는 날카로운 패스도 보이지 않고,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에 따른 크로스도 나오지 않다 보니 결국 '오늘의 전술은 무엇일까'라는 물음표만 팬들에게 던지고 말았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의 색깔'이 지난 5경기 동안 드러나지 않았고, 전술적인 움직임보다는 선수들의 개인기만으로 득점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이 주고받는 패스의 목적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패스가 연발되다 보니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킬러 패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대표팀은 이날 웨일스를 상대로 총 4차례 슈팅에 유효 슈팅은 단 한 차례에 그치는 졸전을 펼쳤다.
더군다나 상대는 우리나라(28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보다 낮은 웨일스(35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령탑의 상대 분석과 전술 준비가 미흡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패스에서는 한국이 564개로 웨일스(388개)를 크게 앞섰지만, 후방에서 백패스와 횡패스만 난무한 결과였다.
그나마 빌드업 과정이 좋지 않자 중앙 수비수 김민재가 최전방의 손흥민과 조규성을 향한 빠른 공간 패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 역시 슈팅으로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 '무득점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