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에 지휘봉 놓은 서튼…프로야구 감독 '건강 잔혹사'

어지럼증에 지휘봉 놓은 서튼…프로야구 감독 '건강 잔혹사'

링크핫 0 383 2023.08.29 03:23

서튼, 건강 문제로 자진해서 사퇴한 첫 외국인 감독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2023. 7. 2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래리 서튼(53·미국) 감독이 결국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번 달에만 두 차례 어지럼증으로 야구장에 출근했다가 퇴근해야 했던 서튼 감독은 27일 밤늦게 성민규 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롯데 구단은 고심 끝에 28일 "서튼 감독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말로 3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9년 롯데 2군 감독으로 구단과 인연을 시작한 서튼 감독은 2021년 5월 허문회 전 감독이 경질당한 뒤 전격적으로 정식 감독에 부임했다.

2021년에는 승률 5할로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2022년에는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던 서튼 감독은 올해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나서며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러나 6월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코치진과 '항명 파동'까지 터져 지도력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경기 도중 쓰러졌던 염경엽 전 SK 감독
2020년 경기 도중 쓰러졌던 염경엽 전 SK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후 이달 초반 잠시 반등했으나 최근 팀이 7연패에 빠지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자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됐다.

검진 결과 특별한 질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몸 상태에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외국인 감독 가운데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서튼 감독이 최초다.

성적에 관한 압박과 매일 싸워야 하는 프로야구 감독은 스트레스를 동반자로 여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으로 팀을 이끌다가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쓰러진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그해 치료를 받고 다시 벤치에 복귀했으나 결국 자진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다시 LG 지휘봉을 잡고 현장에 복귀한 그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집에 가서는 야구와 관련한 그 어떠한 것도 하지 않는다. 대신 책을 읽고, 아내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건강 문제로 지금까지 고생하는 백인천 전 감독
건강 문제로 지금까지 고생하는 백인천 전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도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아 시즌을 치르며 눈에 띄게 체중이 줄었고,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경기 중 갑작스럽게 얼굴이 붉어지는 피부 질환으로 한동안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치렀다.

모두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는 때로는 감독의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백인천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감독 재임 시절인 1997년 뇌출혈로 더그아웃을 한동안 떠나야 했고, 벤치에 복귀한 뒤 결국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2001년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한 김명성 전 롯데 감독
2001년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한 김명성 전 롯데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 전 감독은 당시 얻은 지병인 뇌출혈 후유증 여파로 노년인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1999년 한화 이글스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한 이희수 전 감독은 귓바퀴 뒷부분에 종양이 자라기 시작해 결국 건강 문제로 재계약에 실패했고, '국민 감독' 김인식 전 감독도 2004년 뇌경색으로 치료받았다.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1999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명성 전 감독은 2001년 7월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그대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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