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이제는 정동근(26·KB손해보험)을 '승리요정'이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남자 프로배구 KB손보가 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을 거두고 3연승을 질주했다.
거침없는 상승세 속에 순위는 6위에서 3위로 세 계단이나 점프했다.
공교롭게도 정동근이 선발 레프트로 나온 뒤부터 KB손보는 연승을 달리고 있다.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좋은 팀이 되려면 정동근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궂은일을 해주는 선수가 꼭 필요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동근은 이날도 득점은 5점에 그쳤지만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며 연승에 힘을 보탰다.
어찌나 열심히 뛰었던지 두 다리 모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정동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쪽 모두 쥐가 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겨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그는 "내가 들어가서 팀이 3연승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운이 좋은 것 같다. 내 역할은 크지 않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공격 비중이 큰 것도 아니고 강서브를 넣는 선수도 아니다. 잘 안 보이는 선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동근의 목표는 단순했다. 범실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는 말자는 각오로 뛴다"고 소개했다.
그는 "안전한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팀에는 케이타와 김정호 형이 있다. 센터진들의 공격력도 좋다"며 "내가 리시브를 잘하면 세터 황택의가 볼 분배를 잘하니까, 최소한 수비와 리시브에서 범실을 하지 않을 경우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소박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동근은 120%를 다했다. 두 다리 모두 경련이 날 정도로 점프하고 몸을 날렸다.
그는 "사실 조금씩 다리에 이상이 느껴지긴 했지만, 김홍정, 정민수 등 다른 선수들도 쥐가 나서 쓰러지는 바람에 '침대 배구'를 한다고 비난받을까 봐 참았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정동근은 "배구 실력은 다른 레프트 선수들보다 뒤지지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화이팅을 불어넣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두 다리 모두 쥐가 나긴 했지만, 팀이 이겨서 너무 기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