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12월 2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매우 중요한 상벌위원회를 연다.
당사자인 조송화(28)와 IBK기업은행은 물론이고 남녀 구단 모두 상벌위의 결정에 주목한다.
프로배구 구단은 그동안 임의해지를 징벌적 규정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조송화 사례를 통해 이제는 임의해지를 선수 징계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
2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무국 회의실에서 열리는 '조송화 상벌위'는 향후 구단과 선수 사이에 분쟁이 생길 경우, 판례로 활용될 전망이다.
두 차례 무단으로 팀을 이탈한 조송화와 "조송화와 더는 함께 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기업은행의 결별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관건은 '귀책 사유'를 어디에 두느냐와 KOVO 상벌위가 어느 정도 수준의 징계를 내릴 수 있느냐다.
2021시즌부터 적용되는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 계약서 23조 '계약의 해지' 조항은 '구단의 귀책 사유로 본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는 잔여 연봉 전액을 지급하고, 선수의 귀책 사유로 본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 해지일 전 최종 연봉 지급일 다음 날부터 계약 해지일까지의 일수에 연봉의 365분의 1을 곱한 금액만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조송화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3년 계약을 했다.
상벌위가 '귀책 사유'를 구단에서 찾으면 기업은행은 '실제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조송화에게 2021-2022시즌 잔여 연봉과 2022-2023시즌 연봉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조송화의 무단이탈을 계약 해지 사유로 본다면 조송화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다.
과거 프로배구를 포함한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구단은 임의해지 규정을 징계 수단으로 썼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무단으로 팀을 이탈한 선수들을 임의해지로 묶었다. 임의해지 절차도 지금보다는 간소했다.
구단이 서류를 제출하면, 연맹 혹은 협회는 해당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 여부'를 확인했다.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되면 구단은 해당 선수에게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 또한, 구단이 임의해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해당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는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
구단은 임의해지를 통해 징계 대상인 선수의 연봉과 이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 선수 권익 신장을 목표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임의해지를 징계로 활용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KOVO도 문체부 권고를 받아들여 9월 16일 해당 규정(제52조)을 개정하며 '선수가 계약 기간에 자유의사로 계약의 해지를 원하는 경우 구단에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 구단은 선수의 임의해지 신청 사실을 연맹에 통보하여야 하고, 총재가 이에 대한 구단의 동의를 확인한 후 선수를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하면 임의해지 선수가 된다'고 적시했다.
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임의해지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KOVO에 임의해지 요청 공문도 보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개정한 규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선수의 자발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조송화가 끝내 임의해지 신청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임의해지 공시는 불발됐다.
조송화는 이미 두 차례 팀을 이탈했고, 서남원 전 감독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팀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서남원 전 감독을 경질하고,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했다가 복귀한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에 앉힌 뒤 상황은 달라졌다.
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임의해지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조송화는 코트 복귀를 원했다.
결국 기업은행은 선수 계약서 26조 2항 '당사자는 본 계약에 관한 분쟁에 관하여 연맹 제 규정에 따라 상벌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KOVO에 상벌위를 요청했다.
기업은행의 수습 과정을 비판하는 다른 구단들도 '선수들이 규정을 악용할 경우'를 상상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 관계자는 "만약 선수가 팀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임의해지에는 동의하지 않으면 구단이 선수를 징계할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V리그에서는 너무 비현실적인 규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KOVO 상벌위에서 현실적인 징계 방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KOVO 상벌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 수위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KOVO 상벌위가 중징계를 내리면 조송화가 반발해 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 징계 수위가 낮으면 기업은행이 자체 징계 여부를 논의해야 할 수도 있다.
KOVO 관계자는 "앞선 사례를 참고하기 어려운 상벌위가 열린다. 상벌위원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고 판단하면, 2일 징계 수위를 확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