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 정치 관심 돌리려 추진한 프로스포츠…5공 스포츠 명암

[전두환 사망] 정치 관심 돌리려 추진한 프로스포츠…5공 스포츠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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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S 정책에 따라 1982년 야구, 1983년 축구·씨름 프로화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스포츠강국 도약 계기 평가도

1982년 프로야구 원년 개막 경기에서 시구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1982년 프로야구 원년 개막 경기에서 시구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가 출범 40번째 시즌을 마친 2021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군권을 찬탈하고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으로 집권의 길을 튼 신군부와 그는 1981년 3월 5공화국 출범 후 나라 안팎에서 빗발치던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잠재우고자 스포츠를 활용했다.

3S(스포츠·섹스·스크린) 정책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정치 대신 다른 분야로 돌리고자 애썼던 것이다. 스포츠에선 가장 먼저 야구가 프로화의 첫발을 뗐다.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가 공동으로 1999년 펴낸 '한국야구사'는 프로야구 출범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식에 입장하는 각 구단 선수들
프로야구 원년 개막식에 입장하는 각 구단 선수들

[국가기록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약하면, 주요 스포츠의 프로화를 꾀한 5공 정권 청와대의 주도로 1981년 9월부터 프로야구 창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 그해 12월 프로야구 주관 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창립총회로 이어졌다.

이듬해인 1982년 프로야구는 6개 구단으로 역사적인 첫 번째 시즌을 치렀다. 1983년에는 프로축구와 프로씨름이 차례로 출범했다.

한국야구사는 여타 종목보다 야구가 1년 먼저 프로화를 이룬 배경으로 기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어 프로화가 쉬웠고, 관중동원도 그만큼 유리했던 덕분이라고 짚었다.

프로축구 슈퍼리그 1982년 출범
프로축구 슈퍼리그 1982년 출범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업 야구 문화가 정착한 데다가 1979년부터 대학·실업 선수들이 출신고교 유니폼을 입고 기량을 겨루는 야구대제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지역에 기반한 프로야구의 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1982년 3월 27일 서울운동장(동대문구장)에서 막을 올린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자로 마운드에 서서 프로야구 시대를 직접 알렸다.

이후 프로야구는 1986년 7구단 빙그레 이글스, 1990년 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으로 중흥기를 거쳐 9구단 NC 다이노스(2011년), 10구단 kt wiz(2013년)의 가세로 40년 동안 10구단 체제로 질적·양적 팽창을 거듭해왔다.

모기업의 재정난 등으로 구단이 팔리고 간판을 바꾸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KBL 출범 첫해 뛴 외국인 선수들
1997년 KBL 출범 첫해 뛴 외국인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로야구, 프로축구, 민속씨름의 성공으로 프로 스포츠 발전의 가능성이 열렸고, 겨울철 스포츠의 대명서인 농구와 배구도 실업 시대를 마감하고 프로농구(1997년), 프로배구(2005년)의 새 장을 열었다. 2022년 1월에는 탁구가 프로리그를 발족한다.

프로 스포츠는 국민의 여가를 책임지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토대로서 우리 사회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도 스포츠 외교력과 프로화를 통한 내부 경쟁력 강화의 결합물이다.

권력 정통성 논란을 잠재우고 군부의 폭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했던 5공은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도 '올인'했다.

1981년 IOC 총회에서 1988 서울올림픽 유치한 한국 유치단
1981년 IOC 총회에서 1988 서울올림픽 유치한 한국 유치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과 국가 권력이 총동원된 가운데 서울은 1981년 서독(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투표에서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1988년 하계올림픽 유치지로 결정됐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예비 대회 성격으로 1986년 아시안게임도 유치해 광복 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매머드 국제 종합대회가 2년 간격으로 열렸다.

프로 스포츠뿐 아니라 아마추어 스포츠 엘리트 선수들도 두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과 실적을 자양분 삼아 비약적으로 성장해 스포츠 강국의 밑거름을 쌓았다.

여러 증언과 역사가 말해주듯 권력을 위한 5공 정권의 스포츠 접근법은 순수하지 못했다.

다만, 프로 스포츠의 출범과 굵직한 국제 종합대회 유치로 한국 스포츠 세계화의 토대로 작용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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