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욘 람(스페인)이 1라운드 첫 홀 더블보기 어려움을 이겨내고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품에 안았다.
람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천545야드)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천8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필 미컬슨과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를 4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친 람은 2021년 US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특히 람은 이번 대회 1라운드 첫 홀 더블보기 이후 4타 차 우승을 달성했다.
마스터스에서 첫 홀 더블보기 후 우승한 사례는 1952년 샘 스니드 이후 올해 람이 71년 만이다.
또 람은 유럽 선수 최초로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을 모두 제패하는 기록을 남겼다.
람은 10일 우승 후 인터뷰에서 "선수로 꿈꾸던 일을 이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18번 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고 나서야 우승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울 일은 없다고 여겼는데, 오늘은 18번 홀에서 울 뻔했다"고 덧붙였다.
람은 첫날 1번 홀 더블보기 상황을 묻는 말에 "티타임이 안 좋았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냐"고 반문하며 "사실 이번 대회에서 내가 화가 났던 장면은 오늘 오전 3라운드 16번 홀이 유일했다"고 답했다.
그는 "13번 홀과 15번 홀에서 퍼트를 세 번씩 했는데 16번 홀에서 또 보기를 해서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람이 티타임을 언급한 것은 첫날 오전 조로 경기한 람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2라운드 오후 조로 경기했기 때문이다.
우승 경쟁을 벌인 켑카는 2라운드를 오전 조로 치러 비가 내리기 전에 경기를 마쳤다.
람은 '파이터'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왜 그런 별명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아마 투지가 있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이기려면 강인함과 투지가 있어야 한다"며 "또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람은 이번 우승으로 2011년 세상을 떠난 세베 바예스테로스에 이어 스페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2개의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또 공교롭게도 현지 날짜로 9일은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이기도 하다.
람은 "대회 개막 전에 올해 마스터스가 끝나는 날이 세베의 생일이라고 알았다"며 "사실 주위에서도 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너무 신경 쓰지는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