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올해 박민지(23)와 임희정(21)이 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 경쟁은 다소 민망하게 결판났다.
둘은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나란히 컷 탈락하면서 대상 포인트를 1점도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상 포인트 1위로 대회에 나선 박민지는 대상 수상을 확정했으나 마지막 대회 컷 탈락의 쓴맛에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가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 상금왕, 다승왕,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한 박민지는 없었다. 전날 대회를 씁쓸하게 마무리하고 하루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박민지를 쫓던 임희정도 허무한 결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 골프 투어 시즌 최종전은 대개 개인 타이틀 놓고 선수들의 마지막 대결이 벌어지는 무대다.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 그리고 버디 1위 등 다양한 개인 타이틀의 주인공은 시즌 최종전에서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시즌 최종전은 컷 없이 치르는 게 '상식'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그리고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와 일본의 남녀 프로골프투어 모두 '투어 챔피언십'은 4라운드 '노컷' 대회다.
개인 타이틀 경쟁 선수들은 대회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승부를 펼친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시 4라운드 '노컷'으로 치러졌다.
김주형(19)의 3관왕은 김주형을 비롯한 상위권 선수들이 4라운드 18번 홀을 마친 뒤에야 결정 났다.
이들 '투어 챔피언십'과 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의 차이점은 또 있다.
시즌 성적 상위권 선수만 출전한다는 사실이다. PGA투어는 30명만 투어챔피언십에 나설 수 있다.
LPGA투어는 60∼70명이다. 일본 남녀 프로 골프 시즌 최종전도 30∼40명만 출전한다.
시즌 최종전에 출전한다는 건 시즌을 꽤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뜻이다.
시즌 최종전은 다른 프로 종목의 플레이오프 개념으로 보면 맞다.
KLPGA투어 시즌 최종전에는 다음 시즌 시드를 확보하지 못한 하위권 선두 10여 명이 출전한다.
출전 자격을 시즌 상금랭킹 70위 이내로 정해서 그렇다. 그런데 이듬해 시드는 상금 60위 이내에 들어야 받는다.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들지 못한 이들은 이 대회에서 자기들끼리 생존 경쟁을 벌인다. 시즌 최종전이 '플레이오프' 개념이라면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KLPGA투어는 내년부터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출전 자격과 대회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을 보기로 했다.
PGA투어와 LPGA투어, 일본 남녀 프로골프투어 등 해외 투어의 시즌 최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바꾼다는 복안이다.
3라운드 54홀로 우승자를 가리는 대신 4라운드 72홀로 치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컷을 없애 출전 선수 전원이 나흘 내내 승부를 펼치게 할 방침이다. 개인 타이틀 경쟁 선수가 1, 2라운드 부진으로 승부가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일은 없앤다는 얘기다.
상금은 4라운드 대회에 걸맞게 30% 이상 증액한다.
무엇보다 출전 선수를 확 줄일 계획이다. 상금랭킹 30위 이내만 출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조시간이 짧고 날씨가 추운 11월에 대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30명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검토 과정에서 출전 선수가 더 늘어날 도 있지만, 50명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를 주최하는 SK쉴더스와 SK텔레콤도 KLPGA의 구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은 유례없는 흥미진진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