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박지영(25)이 2년 10개월여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에 다시 섰다.
박지영은 7일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오일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우승했다.
2018년 12월 9일 효성 챔피언십 제패 이후 1천65일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이다.
2015년 신인왕에 올랐지만 이듬해에 생애 첫 우승을 신고한 뒤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통산 2승을 따내고 눈물을 흘렸던 박지영은 이번에는 함박웃음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박지영은 "그동안 내가 추구한 변화와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 세 번째 우승까지 좀 오래 걸렸는데 네 번째 우승을 빨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2016년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이 대회에서 3승 가운데 2승을 차지했다.
박지영은 지난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 1라운드에서 상품이 걸리지 않은 2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하고선 "아무것도 없대∼"라고 큰소리로 외쳐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는 우승 상금 1억2천600만원을 받은 박지영은 상금랭킹 18위(3억8천43만원)로 뛰어올랐다.
믿기 힘든 막판 역전극이었다.
선두 이소미(22)에 3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지영은 2번 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내 5타차까지 밀렸다.
그러나 박지영은 차근차근 타수를 줄여나갔다.
4번(파4), 6번(파5), 8번 홀(파4) 징검다리 버디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는 "처음에는 타수 차이가 커 우승 기대 없이 한타 한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9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4개 홀에서 답답한 파 행진을 벌이던 박지영은 13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떨궈 2타차까지 따라붙었다.
승부는 가장 어려운 15번 홀(파4)에서 갈렸다.
박지영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살짝 넘어갔지만, 10m 거리에서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빨려 들어갔다.
박지영은 "경기 전에 칩샷 연습 때 모두 홀에 들어갔다. 칩샷이 자신 있었는데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칩인 버디로 1타차로 추격한 박지영은 남은 3개 홀에서 더는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이소미가 15∼16번 홀 연속 보기로 무너지며 역전극이 완성됐다.
이소미는 15번 홀(파4)에서는 3m 파퍼트를 놓쳤고 16번 홀(파3)에선 1m, 17번 홀(파4)에서는 1.2m 파퍼트를 넣지 못하며 자멸했다.
1오버파 73타를 친 이소미는 공동 3위(9언더파 207타)에 만족했다.
2타를 줄인 김수지(25)는 1타차 2위(10언더파 206타)에 올랐다.
임희정(21)과 장수연(27)도 공동 3위에 합류했다. 임희정은 6개 대회 연속 톱10 행진을 이어갔다.
전날 꼴찌로 컷을 통과했던 박민지(23)는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공동 8위(7언더파 209타)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박민지는 대상을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9부 능선을 넘었다.
박민지는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 텔레콤 챔피언십에서 10위 이내에만 들면 대상을 받게 된다. 상금왕과 다승왕을 이미 확정한 박민지는 3관왕을 예약했다.
대상 경쟁을 벌이는 임희정은 SK쉴더스·SK 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박민지가 10위 밖으로 밀려나야 대상을 차지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2)은 공동34위(2언더파 214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