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해진 허삼영 감독, 구단의 꾸준한 노력…삼성, 암흑기 탈출

정교해진 허삼영 감독, 구단의 꾸준한 노력…삼성, 암흑기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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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 허삼영 감독의 안정적인 팀 운영…구단의 꾸준한 외부 수혈 시너지 효과

정규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
정규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허삼영(49)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을 '보너스 게임'이라고 했다.

아쉽게 정규시즌 우승을 놓쳤지만, 삼성은 '박수받는 2등'이었다. 삼성 팬들도 '보너스 게임'을 즐겼다.

정규시즌이 끝나면 모든 일정을 마쳤던 최근 5년(2016∼2020년)과 달리 올해는 가을잔치를 즐길 수 있다.

삼성은 10월 31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kt wiz에 0-1로 패해 2위로 7개월의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76승 9무 59패로 kt와 동률을 이루고, 맞대결 성적에서 kt에 9승 1무 6패로 앞섰지만 KBO가 2020년 '정규시즌 공동 1위 팀의 순위 결정전'을 신설하면서 145번째 경기를 치러야 했다.

단일리그 첫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의 승자는 kt였다.

그러나 삼성 또한 2021년 정규시즌을 빛낸 주역이다.

2011∼2014시즌, 4년 연속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일구고 2015년 정규시즌에서도 우승한 삼성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0년 삼성 사령탑에 올라 다양한 실험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허 감독은 부임 2년째, 삼성 명가 재건의 꿈을 이뤘다.

삼성은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9일부터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3전2승제 대결을 펼친다. 이 고비를 넘으면 kt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

5년의 암흑기 동안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을 통해 팀 재건을 준비한 삼성 프런트는 '전(前) 전력분석팀장' 허삼영 감독을 현장 책임자로 내세워,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했다.

'모처럼 구름 관중'

10월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관중들이 힘찬 응원을 하고 있다. 이날 입장권 1만2천244장이 9분 만에 모두 팔렸다. 1만2천244명은 2020년과 2021년 프로야구 전체 최다 관객 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실험은 끝…2020년 선발라인업 137개→2021년 114개

허삼영 감독은 2021년 1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내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원칙을 지키며 결과를 내겠다"며 "올해는 꼭 가을에 의미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팀을 체계적으로 운영했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성과를 냈다.

2020년의 '실패한 실험'은 2021년 성공의 밀알이 됐다.

허삼영 감독은 2020년 144경기에서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137개의 공격 라인업을 내밀었다.

올해는 144경기에서 114개의 공격 라인업을 썼다. 10개 구단 중 라인업 변화가 가장 적었다.

허 감독은 "오재일과 호세 피렐라가 가세하면서, 중심 타선이 안정됐다. 변화보다 안정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았다. 7월 2일 2위로 올라선 이후,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 거포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거포 오재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악재는 있었다.

주전 1루수 오재일과 왼손 선발 최채흥이 개막 직전에 부상을 당해 1군 합류가 늦었고,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는 부상 탓에 5월 초 팀을 떠났다.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는 돌출 행동으로 징계를 받아 한 달 가까이 이탈했다.

주전 유격수 자원으로 꼽히던 이학주는 시즌 내내 고전하다가, 전력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허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현재 가장 뛰어난 선수를 쓴다'는 원칙을 지켰다.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으로 막강한 1∼3 선발을 구축하고, 이승민, 이재희 등 새 얼굴을 내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무리 오승환을 축으로 한 불펜진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공격 면에서는 오재일과 피렐라의 합류로 장타력이 상승한데다, 2020년부터 추구한 '뛰는 야구'가 완성되면서 '멀리 치고, 빠르게 뛰는' 타선을 구축했다.

삼성은 팀 도루 116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시즌 말미에는 '단기전 승부' 예행 연습도 확실하게 했다.

허 감독은 선두 싸움이 치열해진 10월 중순부터 선발 요원 최채흥을 불펜으로 돌리며 팀의 약점이었던 '왼손 불펜'을 확보했고, 승부처에서 요긴하게 활용했다.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 2020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허 감독의 시야는 더 넓어졌다.

2021년 허 감독은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하며, 승부처에서는 과감한 선택도 했다.

마무리 오승환(오른쪽)과 포수 강민호
마무리 오승환(오른쪽)과 포수 강민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삼성 구단의 긴 호흡…꾸준한 외부 수혈과 내부 육성

삼성 구단은 허삼영 감독을 영입하기 전부터, 긴 호흡으로 팀 재건을 준비했다.

내부 육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파악한 구단은 꾸준히 외부 수혈을 했다.

삼성은 2017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잠수함 투수' 우규민(4년 65억원), 내야수 이원석(4년 27억원)을 영입했다. 12년 만의 외부 FA 영입이었다.

2018년에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와 4년 80억원에 계약했다.

우규민과 이원석은 첫 FA 계약 기간인 4년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삼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이원석은 2+1년 최대 20억원, 우규민은 1+1년 최대 10억원에 잔류 계약을 했다.

6년 동안 국외리그에서 활약하던 마무리 오승환은 2019년에 복귀해, 2020년부터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렀다. 올해는 한국 최고 마무리의 위상도 되찾았다.

안방(강민호)과 뒷문(오승환, 우규민) 고민을 털어낸 삼성은 올해 장타력을 갖춘 1루수 오재일을 영입하며 '상위권 전력'을 꾸렸다.

삼성의 2020년 1루수 OPS(출루율+장타율)는 0.713으로 10개 구단 1루수 평균 OPS는 0.801보다 0.088이나 낮았다.

올해 삼성 1루수 OPS는 0.838로 리그 평균 0.765보다 0.073 높다. 오재일의 OPS는 0.878로 더 높았다.

2020년 삼성의 약점이었던 1루수 공격력이, 2021년에는 강점으로 바뀌었다.

홈런 축하받는 박해민
홈런 축하받는 박해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 왕조 시절의 막내' 김상수, 구자욱, 박해민이 외부에서 온 선수와 의기투합하고, 원태인, 최채흥 등 암흑기 시절에 건진 보석들이 성장하면서 삼성은 2021년 KBO리그에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삼성 주장 박해민은 "오승환 선배가 '우리는 이대로 무너질 팀이 아니다'라고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으셨고, 오재일, 강민호, 이원석 선배도 '삼성은 충분히 강하다'라고 말씀하셨다"며 "기존 후배들도 더 힘을 냈다"고 올 시즌 삼성 분위기를 떠올렸다.

삼성 구단은 2021년을 '명가 재건의 원년'으로 보고, '원정 숙소 전원 1인 1실' 등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환경을 만들었다.

선수 시절은 짧게 끝냈지만, 전력분석 전문가로 새 인생을 연 허삼영 감독과 선수들, 삼성 프런트는 7개월의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쳤다.

삼위일체로 암흑기에서 벗어난 삼성 라이온즈는 2014년 이후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다시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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