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그들만의 리그' KBO 이사회, 회의공개·사외이사 검토해야

[천병혁의 야구세상] '그들만의 리그' KBO 이사회, 회의공개·사외이사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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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무국
KBO 사무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10개 구단 사장들이 주축인 KBO 이사회는 사실상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규약상 프로야구 최상위 기구는 구단주 총회이지만, 총회는 총재 선출과 신규 구단 가입과 탈퇴 등 KBO리그 근간에 변화를 주는 큰 사안만 결정한다.

리그 운영과 마케팅, 규약·규칙 개정, 사업 계획과 예산 승인 등 대부분 사안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단장들이 참여하는 실행위원회는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기구여서 별다른 결정권이 없다.

즉, KBO리그의 주요 안건은 실행위에서 한 차례 심의한 뒤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사회 구성 회원인 10개 구단 사장들은 프로야구를 그리 잘 아는 인사들이 아니다.

최근 선수 출신 구단 사장도 탄생했지만, 대부분은 모기업에서 다른 업무를 하다 내려 온 인사들이다.

역대 사장 재임 기간도 평균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구단 직원, 하물며 협력 업체 관계자들보다도 야구계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다.

야구인들은 사장들이 프로야구를 조금 알만하면 떠난다고 한다.

KBO 사무국 전경
KBO 사무국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야구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결정들을 내린다.

이러다 보니 납득할 수 없는 결정들이 많은 게 KBO 이사회 결과다.

올 시즌 KBO리그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발생한 가운데 10개 구단 사장들이 잘못 내린 결정으로 인해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스포츠전문 케이블 방송 4사가 KBO와 10개 구단을 상대로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26일 열린 KBO 이사회에서는 대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손해 배상 요구에 대한 사장들의 논의가 불과 1분여 만에 끝났다고 한다.

한 사장이 "이런(손해배상 요구) 공문이 왔던데…"라고 하자 다른 사장은 "KBOP에서 알아서 하세요"라며 끝냈다고 한다.

최근 일부 언론과 팬들은 리그 중단 책임 구단을 찾기 위해 취재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

KBO 야구회관 사옥
KBO 야구회관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장들이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성의하게 이사회를 진행하는 것은 철저하게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결정으로 팬들의 비난이 쏟아져도 모두 KBO 탓으로 돌린다.

이제는 안된다.

사장들은 3년 후 떠나면 그만이지만 프로야구는 그들의 잘못된 결정을 떠안아야 한다.

40년 된 KBO리그는 지금 큰 위기다.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팬들이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O 이사회가 프로야구의 추락을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10개 구단 사장들은 연간 800억원이 넘는 온·오프 중계권자와 스폰서들과는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오로지 '팀 순위' 계산만 하면서 리그를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문제가 불거지자 뒤로 숨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웬만한 리그 운영방안을 모두 선수노조와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

KBO리그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의 안건을 넓혀야 하며, 좀 더 객관적인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하다못해 이사회 회의록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KBO 이사회가 밀실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진행되어야만 최소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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