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팀을 떠나려는 미국프로농구(NBA) 간판 공격수 케빈 듀랜트가 소속팀 브루클린 네츠 구단주에 '나와 감독·단장 가운데 한쪽을 택하라'며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스포츠매체 디애슬래틱은 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듀랜트가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조 차이 구단주를 만나 팀을 떠나고 싶다며 트레이드를 원한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듀랜트는 팀의 운영 방향을 지지할 수 없다며 자신과 감독·단장 중 한쪽을 고르라는 뜻을 차이 구단주에 전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AP통신 역시 또 다른 소식통을 통해 듀랜트가 차이 구단주에게 이적 의사를 반복해 밝힌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팀과 2026년까지 계약한 듀랜트는 지난 6월 말 돌연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아직 사유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현 소속팀 상황을 비롯해 그간 그의 발언과 행보를 종합해 볼 때 '업적'과 선수로서 더 높은 평가를 좇으려는 '개인적 동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7일 듀랜트는 SNS에서 한 팬과 논쟁 끝에 "내 업적은 2016년 7월 5일 이후부터 죽은 상태"라며 자조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는 듀랜트가 프로에 입성한 후 9년을 뛰었던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를 떠나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역대 최다 승인 73승을 거둔 최강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합류한 날이다.
이후 골든스테이트에서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팀의 연속 우승을 이끌었지만, 최고 선수가 최강팀으로 이적해 쉬운 길을 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이적한 브루클린은 지난 시즌 중 또 다른 스타 제임스 하든을 동부 콘퍼런스 경쟁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보내며 전력이 약해졌다.
대가로 받아온 벤 시먼스는 부상 탓에 시즌 내내 출전하지 못했고, 브루클린은 지난 시즌 동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패해 탈락했다.
듀랜트와 원투펀치를 이루는 카이리 어빙마저 앞서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팀과 마찰을 빚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자신을 잡고 싶으면 숀 마크스 브루클린 단장과 스티브 내시 감독을 쫓아내라는 요구는 결국 이런 상황을 초래한 프런트, 현장의 책임자를 갈아엎고,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영입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디애슬래틱은 "듀랜트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 전반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차이 구단주는 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런 듀랜트의 요구를 일축하는 메시지를 냈다.
차이 구단주는 "우리 프런트와 코치진을 지지한다. 팀에 가장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듀랜트가 이적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애슬래틱은 "브루클린이 거의 모든 팀과 대화했지만 요구하는 대가가 너무 비싸서 이를 충족한 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연 듀랜트가 브루클린의 트레이닝캠프에 참여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시즌을 준비하는 트레이닝캠프에 불참하는 것은 곧 듀랜트가 팀과 함께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브루클린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다른 팀에 비싼 대가를 요구하기 어려워진다.
아직 브루클린은 듀랜트의 가격을 낮출 의사가 전혀 없다고 디애슬래틱이 구단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구단별로 시기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NBA 팀들은 9월 중순에 트레이닝캠프를 열고 한 달가량 앞으로 다가온 시즌 개막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