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계에 몰린 울산 호랑이냐, 잃을 게 없는 광양만의 용이냐.
프로축구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가 27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1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 FA컵 결승 진출을 다툰다.
같은 시각 강원FC와 대구FC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준결승전을 치른다.
이들 4팀 중 객관적 전력에서 가장 앞서는 팀은 단연 울산이다.
유일한 K리그2(2부 리그) 팀인 전남은 최약체로 보인다.
하지만 울산이 FA컵에서 2017년 딱 한 번 우승한 반면에 전남은 3번이나 우승한 경험이 있다.
전남은 1997년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고, 2006년부터 이 대회를 2연패 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많이 우승 해 본 경험은 토너먼트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최근 양 팀의 흐름까지 계산하면 전남의 승산은 더 커진다.
울산은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소화하느라 지난 8일간 3경기를 치렀다.
17일 전북 현대와의 ACL 8강에서는 120분 승부를 펼쳤고, 2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준결승전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졌다.
설상가상으로 24일 성남FC와 K리그1 33라운드에서 1-2로 덜미를 잡혀 전북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린 울산은 FA컵 준결승을 치르고 이번 주말 K리그1 파이널A 첫 경기까지 준비해야 한다.
반면에 전남은 이번 울산과 준결승전 한 경기에 '올인'할 태세다.
전남은 K리그2 4위를 해 승격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주말 안산 그리너스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이기든 지든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와 경기력도 좋다.
정규리그 팀 내 최다 11골을 기록 중인 외국인 골잡이 발로텔리는 정규리그 지난 경기에 나서지 않고 푹 쉬며 체력을 비축했다.
알렉스도 지난 주말 김천 상무와 경기에서 2달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골감각을 가다듬었다.
무엇보다 '광양 루니' 이종호의 발끝이 매섭다.
이종호는 올 시즌 정규리그 8골을 기록 중인데 이 중 3골을 이달 들어 몰아쳤다.
울산은 경기를 90분 안에 끝내는 게 이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결정을 지어줘야 할 공격수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 중인 팀 내 정규리그 최다 득점자 이동준(11골)을 회심의 카드로 꺼내 들지 주목된다.
이동준은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팀 훈련은 소화하고 있다.
대구는 강원을 상대로 3년 만의 FA컵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대구는 2018년에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진출해 울산을 꺾고 우승했다.
정규리그 3위에 자리한 대구에 FA컵 우승은 다음 시즌 ACL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포항이 올해 ACL에서 우승하면 다음 시즌 ACL 출전권 4장 중 1장을 가져간다. 이어 정규리그 1~2위 팀과 FA컵 우승팀에게 남은 3장이 주어진다.
강등권 바로 위인 10위까지 떨어진 강원은 FA컵에서 명예 회복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