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역투하고 있다. 2024.10.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9년 kt wiz에 입단한 외국인 투수 윌리암 쿠에바스(33)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다.
그는 팀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일 때마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희생했다.
쿠에바스는 2021년 10월 28일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경기에서 108구를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된 뒤 단 이틀을 쉬고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 다시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7이닝 99구 무실점 역투로 kt의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팬들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뒀던 고(故) 최동원 감독을 빗대 '쿠동원'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2023년 가을에도 쿠에바스는 자신의 몸을 던졌다.
10월 30일 NC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등판한 뒤 단 3일을 쉬고 PO 4차전에 선발 출격해 승리 투수가 됐다.
올해 가을에도 쿠에바스는 이를 악물었다.
쿠에바스는 지난 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 뒤 4일을 쉬고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 선발 출격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역투하고 있다. 2024.10.2 [email protected]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올 시즌 1선발로 활약하던 쿠에바스는 9월 이후 체력 고갈 문제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9월 4차례 정규시즌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16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1회말 상대 팀 선두 타자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시도하자 옆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던졌다.
정수빈은 1루에서 살았지만, 쿠에바스가 어떤 마음으로 이날 경기에 임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쿠에바스는 후속 타자 김재호에게 중전 안타를 내줘 무사 1, 2루에 몰렸으나 후속 타선을 잠재우며 무실점했다.
2회엔 강승호, 허경민, 김기연을 세 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쿠에바스는 평소 자신의 기분을 겉으로 잘 표현했지만, 이날만큼은 별다른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침착하고 담담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3회엔 야수 실책으로 무사 1루 위기에 몰리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수빈, 김재호, 제러드 영을 차례로 잡아냈다.
4회, 5회는 완벽했다. 상대 타자를 모두 삼자범퇴로 막으며 4-0 리드를 이어갔다.
6회가 백미였다. 쿠에바스는 정수빈, 제러드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1, 3루 위기에 놓였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김재환을 상대로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살짝 걸리는 슬라이더를 뿌리며 루킹 삼진을 기록했다.
투구 수 100구를 넘긴 쿠에바스는 후속 타자 양석환을 상대로도 괴력을 뽐냈다.
1볼에서 바깥쪽 코스의 변화구로 헛스윙 3개를 연이어 유도해 삼진 처리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친 쿠에바스는 그제야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고, kt 팬들은 쿠에바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6회말까지 무실점을 이어가며 기뻐하고 있다. 2024.10.2 [email protected]
6이닝 동안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쿠에바스는 4-0으로 앞선 7회말 김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쿠에바스는 총 103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를 찍었다.
동료들은 쿠에바스가 만든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WC 1차전을 4-0 승리로 장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에서 DAILY MVP를 수상한 kt 쿠에바스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10.2 [email protected]
승리투수가 된 쿠에바스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를 향해 "2021년 1위 결정전 투구를 보는 듯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쿠에바스는 "좋은 말씀을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지만, 오늘은 예전 경기 모습을 생각하지 않고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정규시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가짐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6회가 끝난 뒤 포효한 장면에 관해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해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싶었다"며 "동료들을 위해 환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친 쿠에바스는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WC 2차전에서 동료들을 목청 높여 응원할 생각이다.
kt가 WC 2차전에서 패하면 쿠에바스의 2024시즌도 끝난다.
그는 "내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며 "경기 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난 계속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