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이란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인터 밀란)가 자국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지 몇 시간 만에 '적대 국가' 소속 골키퍼를 상대로 득점하는 공교로운 장면이 나왔다.
타레미는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리그 페이즈 2차전 홈 경기 후반 36분 페널티킥을 성공해 4-0 완승을 매조졌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이란 대표팀의 '에이스' 타레미는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인터 밀란의 대승을 견인했다.
2도움만 기록하던 타레미가 골 맛을 보기 위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을 때 즈베즈다의 골문을 지킨 선수는 이스라엘 골키퍼 옴리 글레이저였다.
본래 인터 밀란의 핵심 공격수인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가 키커로 나서야 했으나 마르티네스가 타레미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타레미는 골대 가운데 방향으로 툭 차 넣어 이미 구석으로 몸을 던진 글레이저의 허를 찔렀다. 이는 올여름 포르투(포르투갈)에서 이적한 타레미의 인터 밀란 데뷔 골이다.
타레미는 이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87차례 A매치에서 51골을 터뜨린 자국 현역 최고 공격수다.
글레이저 역시 최근까지 이스라엘의 주전 수문장 자리를 꿰찼던 선수다. 9월 A매치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전까지는 붙박이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AP통신은 골잡이와 골키퍼로서 두 선수 사이 골을 넣고, 실점하는 상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분쟁이 미사일 공습으로까지 격화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산시로에서 경기가 킥오프하기 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최소 미사일 180발을 발사했는데, 이는 중동 지역 전체의 전쟁으로 커질 위험이 있는 일련의 분쟁 중 최신의 사태"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타레미는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서 자국의 상황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았다.
타레미는 "팀원들 덕에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인터 밀란에서) 득점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훈련하면서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경기에 앞서 이스라엘의 군기지와 정보기 본부를 겨냥해 총 2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통해 보도된 성명에서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체제가 이란의 작전에 대응한다면 치명적인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