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연합뉴스) 권훈 기자 = 8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GS 칼텍스 매경오픈 골프 대회 우승 트로피의 주인은 '벌타'로 갈린 셈이 됐다.
사달은 9번 홀(파5)에서 일어났다.
선두 김비오(32)에 2타차로 추격하던 조민규(34)의 두 번째 샷이 사용하지 않는 그린 프린지에 올라갔다.
남서울 컨트리클럽은 그린 2개를 번갈아 쓰는 코스다.
대회 때 쓰지 않는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그린 밖으로 꺼내놓고 쳐야 한다. 물론 무벌타다.
그런데 볼 뿐 아니라 발도 그린을 디뎌서는 안 된다.
볼이 그린 밖에 있어도 볼을 칠 때 디디는 발이 그린이라면 볼을 그린에서 더 멀리 드롭하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 규정을 어기면 2벌타를 받는다.
조민규가 9번 홀에서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발을 디딘 채 세 번째 샷을 했다.
대회 본부 모니터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대한골프협회 구민석 규칙팀장은 곧바로 코스로 나가 11번 홀(파3) 티샷을 막 마친 조민규에게 규정 위반 사실을 알리고 2벌타 부과를 통보했다.
조민규의 9번 홀 스코어는 졸지에 파에서 더블보기로 바뀌었다.
한때 공동선두로 따라붙는 등 김비오와 우승 경쟁을 벌이던 조민규는 맥이 풀렸다.
김비오와 타수 차이는 4타로 벌어졌다.
남은 9개 홀에서 조민규는 김비오를 더는 따라잡지 못했다.
18번 홀(파4)에서 내리막 5m 버디를 성공시켜 단독 2위를 확정지은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조민규가 2벌타를 부과받은 이 규정은 2019년에 개정됐다. 2018년까지는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발을 디딘 채 볼을 쳐도 상관없었다. 볼만 그린 밖이면 무방했다.
2019년 개정 이후에도 상당수 대회에서는 로컬룰로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발을 디디고 볼을 칠 수 있게 허용한다.
조민규가 헛갈린 이유다.
게다가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면서 규칙 위반 여부를 미리 살펴 선수가 벌타를 받을 일을 미리 방지하는 역할을 맡은 워킹 레프리가 하필이면 9번 홀 현장을 잠시 비운 게 조민규에게는 불운이었다.
초반에 샷이 흔들리면서 조민규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던 김비오는 조민규의 벌타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조민규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한 김비오는 "11번 홀에서 받은 벌타 통보가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김비오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으로 친 볼이 사용하지 않은 그린에 올라가자 조심스럽게 그린 밖으로 발을 옮겨 세 번째 샷을 시도해 벌타 위기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