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최대 흥행 카드로 꼽히는 윤이나가 후원사가 주최하는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우승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KLPGA투어에서 상금과 대상 포인트 3위, 평균타수 2위를 달리는 윤이나는 3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3언더파 69타를 때려 선두에 나선 박도영에 1타 뒤진 윤이나는 김민별과 함께 공동 2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윤이나의 후원사 하이트진로가 주최하며 대회가 열리는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하이트진로의 계열사다.
윤이나는 2021년 4월 프로 전향 때부터 하이트진로 로고가 달린 모자를 썼다.
하이트진로의 배려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라운드 경험도 다른 선수보다 많은 편이다. 올해도 이 대회 전에 몇차례 코스를 돌았다.
2019년 아마추어 때 이 대회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정작 KLPGA투어 선수가 된 이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이나는 깊고 질긴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 그리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영리한 플레이로 나흘 경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윤이나는 좁은 페어웨이를 고려해 파 4홀에서 여러 번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우드로 티샷을 때렸다.
블루헤런 골프클럽의 러프는 15∼20㎝에 이르렀고, 페어웨이 폭은 15∼20야드에 불과했다.
그는 "러프에 들어가면 그린에 볼을 올리기 힘들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윤이나의 이런 선택은 장기인 장타력 덕분에 가능했다.
윤이나는 페어웨이우드로도 240m를 보낼 수 있다.
윤이나는 8번 홀(파4)에서 티샷한 볼이 러프에 잠겼지만 273야드가 날아간 티샷 덕분에 100야드가 채 남지 않아 웨지로 그린에 볼을 올려 버디를 잡아내는 등 장타력을 잘 활용했다.
4번(파5), 6번 홀(파4) 보기로 초반은 불안했지만 8번 홀(파4) 3m 버디에 이어 9번 홀(파4) 탭인 버디로 만회하고 10번 홀(파5) 5m 버디 퍼트를 떨구는 3연속 버디로 언더파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윤이나는 14번 홀(파4)에서 10m가 넘는 버디 퍼트가 들어가는 행운도 누렸다.
윤이나는 "처음 출전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경기가 잘 됐다. (어려운 코스에서) 버디도 4개나 뽑아냈고 파세이브를 잘 해내기도 했다. 만족한다. 남은 사흘도 오늘처럼 경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이나와 같이 하이트진로 후원을 받는 작년 신인왕 김민별은 2번 홀(파4)을 더블보기로 시작했지만 이후 버디 5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모처럼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 3위 두 번 등 톱10에 4차례 진입했지만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민별은 "작년에 처음 출전해서는 후원사 대회라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껴서인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냥 다른 대회와 똑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들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이버가 맞으면 아이언이 안 맞고, 아이언이 맞으면 드라이버가 맞지 않는 엇박자가 심했다는 김민별은 "오늘은 티샷과 아이언 샷 모두 좋았다. 남은 사흘 동안은 무조건 티샷을 페어웨이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작년 상금랭킹 59위로 간신히 시드를 지켰고 올해도 41위에 그치는 등 KLPGA투어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적이 없는 박도영은 버디를 6개나 뽑아내 깜짝 선두에 나섰다.
박도영은 "티샷이 기대 이상 잘 맞았고, 그립 잡는 방식에 변화를 준 퍼터가 따라줬다"면서 "타수를 잃지 않는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 3승을 거둬 상금 2위, 대상 포인트 2위인 박현경과 거침없는 공격 골프로 인기를 끄는 황유민, 그리고 김민선이 1언더파 71타로 공동 4위에 포진했다.
시즌 3승에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박지영은 1오버파 71타, 공동 12위로 2라운드를 맞는다.
디펜딩 챔피언 이예원은 5오버파 77타를 쳐 공동 53위로 밀렸다.
이날 200여명의 팬클럽을 코스로 끌어들인 박성현은 9오버파 81타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