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가영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르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 탈환에 파란불을 켰다.
이가영은 11일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11점을 보태 단독 선두(29점)에 나섰다.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보기 -1점, 더블보기 -2점 등 타수마다 점수를 부여하고 합산으로 순위를 정한다.
이가영은 지난 2022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이번에 우승하면 4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처음 두 번 우승하는 선수가 된다.
또 지난 7월 롯데 오픈 제패 이후 시즌 두 번째 우승도 바라보게 됐다.
전날에는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뽑아내며 방신실과 공동 선두에 올랐던 이가영은 이날은 15번 홀까지 버디는 4개밖에 뽑아내지 못하고 보기 3개를 곁들여 답답한 경기를 해야 했다.
그린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버디 기회를 전날만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가영은 16, 17, 18번 홀 마지막 3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뽑아내며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나왔다.
이가영은 "오늘 플레이는 어제보다 순조롭지 못했다. 버디 기회보다는 타수를 지켜야 할 홀이 많았다"면서 "점차 퍼트가 들어가 주면서 경기력이 되살아났고 막판 3개 홀에서는 전날 감각이 돌아와 연속 버디를 잡아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치고선 2년 전 이 대회 우승 때 최종 라운드 경기 영상을 본 게 자신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던 이가영은 "어제는 영상을 보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에는 다시 한번 봐야겠다"며 웃었다.
그는 "선두에 오른 건 좋지만, 점수 차가 크지 않고, 버디를 몰아칠 선수가 많다. 나도 남은 이틀 동안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KLPGA 투어 장타 1위 방신실과 동반 경기를 펼쳐 2점을 앞선 이가영은 "장타력은 의식하지 않았다. 어차피 (방)신실이만큼 멀리 칠 수 없지 않나.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작년 우승자 방신실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9점을 따낸 끝에 이가영에게 2점 뒤진 2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전날 공동 선두에서 2위로 한 계단 내려왔지만, 방신실은 이틀 연속 선두권을 지켜 대회 첫 2연패의 불씨를 지폈다.
이가영과 방신실은 3라운드에서도 동반 플레이를 치러 최종 라운드를 앞둔 기 싸움을 벌인다.
드림투어와 KLPGA 투어를 병행하는 박예지가 버디 7개로 14점을 따고 보기 1개로 1점을 잃어 이가영에게 3점 차 3위(26점)로 3라운드를 맞는다.
출전권 순위가 낮아 이번 시즌에 KLPGA 투어에서는 18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한 박예지는 상금랭킹 86위에 머물러 60위 이내에 들어야 손에 쥘 수 있는 내년 시드가 아슬아슬한 처지다.
정윤지는 버디 10개를 쓸어 담으며 19점을 따내 4위(24점)로 도약했다. 정윤지가 딴 19점은 2021년 대회 3라운드 때 박민지가 세운 하루 최다득점 기록(20점)에 1점 모자란 맹활약이다.
이 대회 주최사인 한국토지신탁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는 데다 익산에서 태어나 익산 컨트리클럽 헤드 프로 출신 아버지 박세수 씨가 캐디를 맡는 등 인연이 각별한 박현경은 16점을 보태며 5위(23점)로 도약, 우승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박현경은 17번 홀(파5)에서 17m 칩샷을 홀에 집어넣는 이글을 잡아내 고향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KLPGA 투어 버디 1위 윤이나는 11점을 따 7위(20점)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윤이나는 17번 홀(파5)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6m 이글 퍼트를 남겼지만 뼈아픈 3퍼트로 점수를 보태지 못한 게 아쉬웠다. 윤이나는 18번 홀(파4)에서는 6m 버디 퍼트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