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고진영이 석 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정상을 노렸지만, 연장전 티샷 실수에 울었다.
고진영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쇼너시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CPKC 여자오픈(총상금 250만 달러) 최종일 연장전에서 메간 캉(미국)에게 져 준우승했다.
캉에 5타나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고진영은 3언더파 69타를 쳤고, 2타를 잃은 캉과 연장전에 나서 석 달 만에 시즌 3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고진영이 드라이버로 티샷한 볼은 왼쪽으로 크게 빗나가 카트 도로를 넘어 숲으로 들어갔다.
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지만, 공은 러프에 들어갔고,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온 캉은 7m 거리에서 두 번 퍼트로 홀아웃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고진영은 지난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제패 이후 석 달 만에 찾아온 시즌 3승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그러나 시즌 두 번째 우승 이후 톱10에도 한번 진입하지 못해 세계랭킹 1위에서 4위로 밀렸던 고진영은 이번 준우승으로 그동안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할 계기를 마련했다.
고진영도 연장전 패배의 아쉬움보다는 다시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경기력을 되찾은 기쁨이 먼저였다.
고진영은 "5타나 뒤져 있어서 연장전에 나갈 줄은 몰랐다"면서 "오늘은 정말 잘 쳤다. 다시 좋은 경기력을 되찾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부진이 심해서 어떻게 경기해야 할지 몰랐다. 골프에 대한 모든 걸 잊고 지냈다"면서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우승한 것보다 더 행복하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인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고진영은 "한국 팬들 덕분에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팬들의 응원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서 기분 좋다"고 밝혔다.
베트남 전쟁 와중에 공산 정권의 탄압을 피해 라오스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소수 민족 몽족 부모를 둔 캉은 LPGA투어 대회 19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라오스 출신 첫 LPGA투어 선수이자 몽족 최초의 LPGA 투어 선수 캉은 또 한 번 라오스와 몽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캉은 17번 홀까지 3타를 잃어 먼저 경기를 끝낸 고진영에 1타 뒤진 채 18번 홀(파4)을 맞았는데 두 번째 샷을 홀 1m 옆에 떨궈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끝에 끝내 우승을 일궈냈다.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나온 두 번째 샷을 캉은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표현했다.
캉은 "8년은 긴 시간이었다. 언젠가는 우승할 줄 알았다"면서 "자동차 정비공과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나를 골프 선수로 키운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37만 5천 달러를 받은 캉은 이번 시즌 상금(122만8천340 달러)도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6언더파 66타를 몰아친 인뤄닝(중국)이 7언더파 281타로 3위에 올랐다.
역전 우승에 도전한 김세영은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며 공동 4위(6언더파 282타)로 밀렸다.
우승은 불발했지만, 김세영은 이번 시즌 최고 순위를 기록해 긴 부진에서 벗어났다.
김세영은 이 대회 전까지 한 번도 10위 이내에 오르지 못했고 최근 2개 대회에서는 컷 탈락했다.
3타를 줄인 전인지는 공동 8위(4언더파 284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