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장유빈이 지금껏 없었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주 연속 아마추어 우승에 파란 불을 켰다.
장유빈은 1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LX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중간 합계 11언더파 133타를 적어낸 장유빈은 김비오, 윤상필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KPGA 코리안투어 군산 CC 오픈에서 우승한 장유빈이 이 대회마저 정상에 오르면 KPGA 코리안투어 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 선수가 2주 연속 우승하는 새로운 역사를 쓴다.
지금까지 KPGA 코리안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한 시즌에 두 번 우승한 적은 두 번이나 있지만 2주 연속은 아니었다.
장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프로 선배들을 능가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이틀 동안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11개를 잡아낸 장유빈은 이날 6번 만 드라이버를 치는 영리한 경기를 펼쳤다.
장유빈은 "이 코스에서는 드라이버를 치면 볼이 떨어지는 지점이 좁아져 러프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조금 멀어도 러프보다는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공략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유빈의 비밀 병기는 새로 손에 익힌 2번 아이언이다.
티를 꽂고 치면 250m는 거뜬히 날아가는 데다 방향성이 좋아 티샷할 때 즐겨 쓰고 있다.
드라이버로 330야드를 날리는 장유빈은 "장타력을 지녔기 때문에 2번 아이언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빈이 2주 내리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은 부쩍 좋아진 쇼트게임 능력이다.
이날도 13번 홀(파3)에서 티샷을 러프에 보내고도 칩샷으로 버디를 뽑아낸 장유빈은 "코리안투어 대회에 자주 출전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대처하는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타수를 잃을 위기를 잘 막아내다 보니 샷에도 자신이 붙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로 잡는 아마추어'지만 장유빈은 한껏 몸을 낮췄다.
"대회 때마다 프로 선배들한테 배우는 게 많다"는 장유빈은 "프로 선배들은 무턱대고 공격적인 샷을 구사하지 않더라. 또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화를 잘 참는다. 이런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틀 내리 상위권을 지킨 것 역시 "우승한 뒤에도 들뜬 마음을 잘 가라앉힌 덕분"이라며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자평했다.
장유빈은 우승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군산 CC 오픈 우승 때도 최종 라운드 16번 홀이 끝날 때까진 우승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아무래도 프로와 달리 아마추어니까 순위에 크게 압박감이 없는 건 좋다"고 밝혔다.
앞으로 두 번 더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한 뒤 항저우로 떠날 준비에 들어갈 예정인 장유빈은 "프로 대회는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일 뿐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생각은 하지 않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첫날 7언더파를 때려 공동 선두에 나섰던 김비오는 이날 4타를 줄여 이틀 내리 선두를 달렸다.
작년에는 GS 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 등 2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는 김비오는 1년여 만에 통산 9승을 바라보게 됐다.
전날에는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솎아냈던 김비오는 2라운드에서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에 보기 2개를 곁들이며 다소 기복 있는 경기를 펼쳤다.
김비오는 "오늘은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지만 정신을 잘 다잡았다"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이기 때문에 꼭 좋은 결과 내고 싶다. 일관성을 지키면 마지막 날에도 기자회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첫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2018년 준우승 한번이 최고 성적인 윤상필은 버디 7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쳤다.
윤상필은 영국에서 열린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를 치르고 대회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1라운드에서도 6언더파 66타를 친 그는 "시차 적응도 안 됐고, 올해 들어 가장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 성적이 잘 나와서 의아스럽다"면서도 "이왕 선두권에 올랐으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최진호, 장희민, 김재호, 옥태훈이 1타차 공동 4위 그룹에 포진했다.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면서 부활한 최진호는 이글 1개와 버디 1개로 깔끔한 경기를 펼친 끝에 3타를 줄여 김비오와 통산 9승 선착 경쟁을 이어갔다.
첫날 공동선두였던 장희민도 3타를 줄여 선두 그룹을 지켰다.
옥태훈은 버디를 무려 10개나 쓸어 담아 9언더파 63타를 때려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옥태훈은 작년 이 대회 1라운드 때 서요섭이 남긴 코스레코드(63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물러진 페어웨이 탓에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한 경기여서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은 인정받지 못했다.
프리퍼드 라이는 코스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한 뼘 거리 이내에 내려놓고 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말한다.
디펜딩 챔피언 서요섭은 9개 홀 동안 OB를 난사한 끝에 준비한 볼이 다 떨어져 실격됐다.
골프 규칙은 경기 때는 같은 제조사의 같은 모델 볼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준비한 볼이 다 떨어지면 동반 선수한테 빌리거나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할 수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시간을 끌면 안 된다.
선수가 준비한 볼이 경기 중에 소진됐다면 샷 난조로 분실구가 많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스코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라서 대개 선수는 공을 구해오는 노력 대신 실격을 선택한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해 17번 홀까지 중간 합계 6오버파로 부진했던 서요섭은 18번 홀에서만 OB 6방으로 공 6개를 잃어버렸다.
장유빈보다 먼저 지난 4월 골프존 오픈에서 10년 만에 KPGA 코리안투어 아마추어 우승을 일궜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조우영은 4오버파 76타로 부진, 합계 이븐파 144타로 컷 탈락했다.
미국 주니어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 주목받았던 키 195㎝의 장신 유학파 고교생 이병호는 이날 2타를 줄여 합계 4언더파 140타로 컷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