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차라리 아무것도 안 배우는 게 낫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dpa통신 주최 콘퍼런스에서 '율리안 나겔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신호등 연립정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좌중에선 폭소가 터졌다.
사회자는 다시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독일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우승과 다음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의 제1당 수성 중 어느 쪽이 더 가능성 있느냐고 물었다. 숄츠 총리는 "후자는 확실하고 전자도 잘될 것"이라고 답했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과 축구 국가대표팀은 여러모로 비슷한 처지다.
숄츠 총리가 속한 SPD는 2021년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5.7%로 다수당이 됐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4.9%까지 추락했다.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는 녹색당(13.2%)과 자유민주당(4.3%) 지지율도 예전같지 않다.
월드컵에서 네 차례 우승한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일본에 1-4로 완패하는 등 부진을 겪으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6위까지 떨어졌다. 오는 6월 유로 2024를 준비 중인 대표팀은 은퇴한 2014년 월드컵 우승멤버 토니 크로스(34)를 최근 다시 불렀다.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요아힘 뢰브 감독의 대중적 인기와 성과를 이어가지 못하고 리더십 부재로 위기에 빠졌다는 비판도 비슷하다. 메르켈 총리는 16년, 뢰브 감독은 15년간 재임하고 2021년 각각 물러났다.
다만 축구팬들은 한지 플리크 감독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은 지 5개월밖에 안 된 36세의 젊은 감독 나겔스만에 대한 신뢰를 아직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올 6월 조기교체가 결정된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후임으로도 거론된다. 나겔스만은 2021년 뮌헨 감독으로 부임했다가 계약기간을 절반도 못 채우고 지난해 투헬에게 지휘봉을 넘겨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