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축구대표팀이 최근 공개한 분홍색 새 유니폼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례 없는 파격적 색상에 상당수 팬은 전통을 저버렸고 우스꽝스럽다며 조롱하고 있다. 반면 다양성을 상징한다는 새 유니폼에 호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독일축구협회(DFB)가 새 유니폼 사진을 올린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는 16일 오전(현지시간)까지 1천4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축구팀을 발레단처럼 만드느냐", "하이힐과 핸드백도 함께 파느냐", "분홍색 운동화와 머리띠가 빠졌다", "국기도 무지개 깃발로 바꿔라" 등 원정 유니폼에 대한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DFB는 지난 14일 올여름 홈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입을 새 유니폼을 공개했다.
흰 상의에 하의와 양말도 흰색으로 바꾼 홈 유니폼은 그나마 전통적인 색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분홍색과 보라색을 섞은 원정 유니폼은 공개되자마자 갖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 축구팀은 오랫동안 원정 경기에서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기 색상에 포함된 붉은색과 검은색도 도입했다.
유니폼을 제작한 아디다스는 "새로운 세대의 축구 팬과 독일의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랜드 전문가 마르셀 로코는 시사매체 슈피겔에 "핵심 가치와 상징을 소홀히 다루면 소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쿨하다'고 젠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축구팀 감독은 새 유니폼을 옹호했다. 그는 골키퍼가 화려한 유니폼을 입으면 골대가 좁게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이미 벌어진 논란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니폼 색상을 둘러싼 논란에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일부 팬들은 자신의 남성성이 공격받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나 팬들 사이의 뜨거운 논란이 무색하게 유니폼 판매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SZ는 "마케팅 부서는 더 많은 여성 팬이 유니폼에 100유로(약 14만원)를 투자하도록 설득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인터넷매체 티온라인은 "DFB가 지난해 3천350만유로(약 48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극단적인 유니폼으로 흥행대박을 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