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국적 베테랑 수비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36·인터 밀란)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고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축구연맹(FIGC)은 이날 미국에서 열리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와의 두 차례 친선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아체르비를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그를 대신해 잔루카 만치니(AS로마)가 발탁됐다.
FIGC는 "아체르비의 설명에 따르면 명예훼손, 비하 또는 인종차별적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선수 본인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번 두 차례 친선전에서는 빠진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나폴리와의 홈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후안 제주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제주스는 후반전에 화가 난 표정으로 주심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말한 뒤 유니폼 소매에 부착된 '인종차별 금지' 패치를 가리켰다.
주심은 아체르비를 불러 세웠지만 경고나 퇴장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경기 후 제주스는 아체르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은 경기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아체르비는 사과했고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면 모든 것이 끝난다. 괜찮다"고 말했다.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난 뒤 둘은 포옹했다.
제주스는 함구했지만 '라디오 스포르티바' 등 일부 언론매체들은 아체르비의 입 모양을 보면 흑인을 비하하는 '깜둥이'라는 속어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체르비의 에이전트가 발끈하며 반박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되면 최소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아체르비는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3~2014시즌 도중 고환암으로 인해 9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났다가 항암 치료와 재활 훈련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복귀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후 세리에A 최고 수비수의 반열에 오르며 이탈리아 대표팀에 승선해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우승을 이끌었다.
유색인종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은 유럽축구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일이지만 이탈리아는 그중에서도 유독 심한 편이다.
지난 1월에는 AC밀란의 프랑스 출신 흑인 골키퍼 마이크 메냥이 우디네세와 경기 도중 상대 팬들로부터 '원숭이' 발언을 듣는 등 인종차별을 당했다. 메냥과 AC밀란 선수단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의미로 그라운드에서 약 10분간 철수했다가 복귀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케빈-프린스 보아텡, 마리오 발로텔리, 로멜루 루카쿠 등 흑인 선수도 인종차별 피해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