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의 에이스 박지수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향방은 양 팀의 정신력 싸움에서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수는 26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홈 경기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상대로 37점 20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팀의 64-60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에서 '30(득점)-20(리바운드)'을 달성한 건 박지수가 최초다.
또 박지수는 전반에만 20점 10리바운드를 기록, 챔피언결정전 9경기 연속 더블더블과 함께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다 경기(14회) 더블더블 기록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정선민의 13회다.
1차전 홈에서 우리은행에 패했던 KB는 박지수의 활약 속에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박지수는 자신을 향한 우리은행의 거친 몸싸움에 코트에 여러 차례 넘어지며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수는 경기 뒤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체력 부담이) 이미 시작된 것 같다"면서도 "KB뿐만 아니라 우리은행도 (체력 부담이)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정신력 싸움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지수는 감기로 몸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이를 핑계 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날은 미소 대신 사뭇 진지하고 전투력 넘치는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이에 대해 "1차전에 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2차전을 준비하면서는 걱정이 앞서서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반 조금씩 얼굴에 웃음기를 되찾은 것에 대해서는 "오늘 오전 운동을 하면서도 감기 때문에 표정이 안 좋다 보니 팀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 같기도 하고, 팀원들에게도 미안했다"며 "시합에서는 웃으면서 에너지를 올리자고 했는데, 경기 후반에는 여유를 조금씩 찾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공수에서 박지수의 절대적인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KB의 전술상 한발짝 더 뛰는 팀원들의 희생에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지수는 "팀원들이 내가 쉬는 타이밍에 한 발 더 뛰어줘서 우리 팀의 수비가 가능한 것"이라며 "팀원들이 도와주는 만큼 나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차전에서는 힘들다 보니 한 발 더 나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오늘은 2점을 주되, 3점은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발짝 더 나가보려고 한 게 좋은 수비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지수는 KB의 통합우승을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박지수는 "(김)단비 언니에게 블록 당하다 보니 슛을 피하면서 쏘는데, (오히려) 붙여서 파울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해야 할 것 같다"며 "일단 슛을 정확히 성공시키면서 팀의 중심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수는 KB 팬이 승리 지분 90%를 차지한다며 "두 번째 경기마저 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응원하러 오신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며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는 오직 팬분들로부터 나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