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어려운 조 편성이어서 더 똘똘 뭉칠 수도 있고 동기부여도 됩니다.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응원해주세요!"
2026 파리 올림픽 예선의 '전초전'에서 황선홍호의 우승에 앞장선 강성진(FC서울)은 이렇게 말했다.
내달 15일 카타르에서 개막하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은 2026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대회여서 매우 중요하다.
3위 안에 들어야 파리행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는데, 한국은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껄끄러운 상대와 한 조에 속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U-23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해온 우승 소식은 축구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린다.
U-23 대표팀은 지난 27일 사우디에서 열린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호주와 전·후반 90분을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우승했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8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U-23 아시안컵을 대비한 모의고사였는데, 태극전사들은 최상의 성적을 내고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결승전에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은 강성진은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시아 국가들과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아시안컵 조 편성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마음을 먹고 잘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우승했지만 보완할 점도 있었다며 나름의 분석도 내놨다.
강성진은 "실점이 없다가 호주전에서 실점했다. 수비적으로 더 단단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격적으로도 더 많은 골을, 더 많은 찬스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룬 우승이라 더 값지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가 열린 3월 A매치 기간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느라 사우디에 가지 못하고 코치진을 통해 '원격'으로 U-23 대표팀을 지휘해야 했다.
다행히 황 감독은 A대표팀을 이끌고 태국과 2연전에서 1승 1무의 무난한 성적을 냈다.
강성진은 "원래 항상 공부하는 마음으로 챙겨보지만, 사우디에서도 A대표팀 형들 경기를 봤다"면서 "감독님이 코치님들, 전력 분석관 선생님들과 (원격) 미팅을 하며 많은 설루션을 주셨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을 1-0 승리로 이끈 엄지성(광주FC)도 이번 우승에 자신감이 많이 올라간 모습이었다.
엄지성은 "(아시안컵 참가 명단에 들어가는 건) 감독님, 코치진의 몫"이라고 전제한 뒤 "내 역할만 충분히, 열심히, 잘한다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주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엄지성은 '감독의 부재'가 오히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어떻게 조금 감독님이 계시지 않는 부분을 채워야 할지 선수들끼리 많이 고민했던 것 같고 그 부분이 저희에게 동기 부여가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엄지성은 대회 도중 대표팀의 주축인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소속팀 요청으로 조기 복귀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엄지성의 사우디전 결승골을 배준호가 도왔다. 배준호는 사우디전 뒤 영국으로 돌아가 호주와 결승전은 결장할 수밖에 없었다.
엄지성은 "가는 줄 모르고 호텔 로비에서 인사를 급하게 하는 바람에 고맙다는 얘기도 못 했다"면서 "다음에 팀에 온다면, 내가 어시스트하고, 준호가 골을 넣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