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인데 마치 역전 우승한 기분이다."
3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LX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김비오는 2타 뒤진 채 맞은 18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어간 뒤 우승했다.
첫날과 둘째 날까지는 공동선두, 3라운드는 단독 선두로 마쳤기에 이날 우승은 1∼4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우승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이번이 KPGA 코리안투어 9번째 우승인 김비오는 "그동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 없어서 꼭 하고 싶었다.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이뤘다"고 기뻐하면서도 "역전 우승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그는 10번 홀까지 버디 1개에 보기 1개를 적어내며 제자리걸음을 걷는 사이 버디 파티를 벌인 선수들에게 추월당했다.
"초반에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아이언과 퍼트 모두 좋지 않았다"는 김비오는 "그래도 할 수 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되뇌며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5번 홀을 마치고 1타 뒤진 사실을 확인했다는 김비오는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올라서 캐디에게 "1타 뒤지고 있냐"고 물었다.
캐디가 "2타차"라고 답하자 그는 승부를 걸기로 했다.
18번 홀에서 2, 3라운드 때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던 김비오는 드라이버를 힘껏 내질렀다.
"최대한 거리를 내자는 마음이었다"는 그는 "감사하게도 좋아하는 7번 우드 거리가 딱 남더라. 거리는 됐으니 방향만 맞추자고 다짐하고 친 게 홀 앞 서너걸음 앞에 붙었다"고 설명했다.
마침 동반 경기를 펼치던 장유빈이 맞은 편에서 이글 퍼트를 먼저 시도했는데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들어가지 않은 것을 눈여겨 살펴본 김비오는 멋지게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마치 우승한 듯 포효한 김비오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김비오는 이번 대회 내내 18번 홀에서 행운이 따랐다.
1, 2, 3라운드 모두 버디를 잡았는데 3라운드 때는 티샷한 볼이 오른쪽으로 밀렸지만 갤러리를 맞고 페어웨이 쪽으로 들어왔다.
1차 연장전 때는 왼쪽으로 감긴 티샷이 카트 도로를 맞고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그는 "OB가 난 줄 알고, 끝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비오는 "마음이 급할 때는 티샷 실수가 나오는 단점을 잘 알고 있다. 페어웨이 안착률을 50%로 올리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소개했다.
김비오는 지난 해 상반기에 2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하반기에 다소 부진했고, 올해도 상반기 내내 썩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비오는 "2021년 하반기부터 내 골프가 좋은 흐름을 탔다. 2022년 여름까지 상승세였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의욕이 앞서면서 나 자신에게 압박감을 줬던 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돌아봤다.
상반기를 마치고 쉬는 동안 가족과 함께하면서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생각했다는 김비오는 스윙 지도를 해주는 이재혁 코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4년 후배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재혁 코치 덕에 경기력과 정신력을 다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디오픈과 스코티시오픈을 마치고 돌아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불참한 것도 "큰 대회지만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였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며 잘했다고 자평했다.
"하반기에 큰 대회가 많으니 우승의 기쁨은 오늘만 즐기고 내일부터 정진하겠다"는 김비오는 "9승을 했으니 두 자릿수 승수를 채우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하반기에는 특정 대회가 아니라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우승에 도전하겠다"면서도 "개인 타이틀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더 다듬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김비오는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DP투어나 미국프로골프 콘페리투어 도전 기회가 생기니 코리안투어에 집중하겠다"고 국내 대회 우선과 차후 해외 진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분명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