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작년까지는 제 고집대로만 쳤는데, 이제는 다른 선택도 받아들이는 유연한 선수가 되려고요."
작은 체격에도 빠르고 강한 스윙으로 장타를 날리고 사뭇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겨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황유민은 7일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더는 '돌격 앞으로'가 아니라고 밝혔다.
황유민은 2라운드 선두에 나선 뒤에도 "마냥 돌격 앞으로는 아니다"라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때는 하지만, 자제할 땐 자제할 줄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황유민은 공격 골프 대신 수비 골프를 펼쳐야 했다.
후반 들어 샷이 난조에 빠졌기 때문이다.
10번, 12번, 13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났다.
특히 12번 홀에서는 왼쪽으로 크게 감겼다.
황유민은 "왼쪽으로 당겨치는 실수를 무서워한다. 12번 홀 티샷 이후 머리가 새하얘지고 자신이 없어졌다. 남은 홀이 많아 걱정됐다"고 실토했다.
다행히 볼은 나무를 맞거나 경사면에 떨어져 페어웨이 쪽으로 굴러 들어와 다음 샷을 그럭저럭 칠 수 있었다. 행운이 따른 셈이다.
황유민은 "작년이라면 아예 볼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을 것"이라면서 "겨울 훈련 때 티샷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실을 봤다"고 자평했다.
"너무 긴장해 몸이 경직되는 건 처음 느꼈다"는 황유민은 "드라이버를 칠 때 그립을 짧게 잡고 탄도를 낮추는 컨트롤 샷이 이럴 때 쓰는 나만의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어렵게 스윙을 추슬러가며 경기를 이어 나간 황유민은 그린을 놓치고도 어려운 파퍼트를 욱여넣은 수비 골프로 우승을 굳혔다.
황유민은 "초반 2개의 파퍼트를 놓쳤지만, 라인을 정확하게 봤고 볼의 구름이 좋아서 퍼트에 자신이 있었다. 어려운 두 번의 파퍼트 때도 길이 보였고 들어갈 것 같았다"면서 "샷은 불안했는데 퍼터를 잡으면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황유민은 1타 차로 앞선 채 맞은 18번 홀 프린지에서 15m 퍼트를 홀에 딱 붙여 파를 지켰다.
황유민은 "그때는 퍼터가 무겁게 느껴질 만큼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1∼3라운드 내내 손꼽는 장타자들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 황유민은 "아예 비거리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유민과 1, 2라운드를 치른 방신실과 윤이나는 이번 대회에서 장타 1, 2위에 올랐고 3라운드 동반자 문정민은 5위, 그리고 4라운드에서 챔피언조에서 같이 경기한 박혜준과 강지선은 6위와 7위였다.
황유민은 방신실, 윤이나, 그리고 아마추어 국가대표 김민솔에 이어 장타 4위를 찍었다.
신인이던 지난해 한번 우승한 황유민의 이번 시즌 목표는 두 번 이상 우승.
"시즌 첫 우승이 일찍 나와서 기분 좋다"는 황유민은 "기왕이면 메이저대회 중 코스가 마음에 맞는 KLPGA 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후원사가 주최하는 롯데오픈에서 우승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