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강원FC의 이상헌(26)이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폭발하며 K리그1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강원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북 현대에 3-2로 이겼다.
강원의 선제골과 결승골을 모두 이상헌이 장식했다.
그는 전반 42분 황문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넣어 선제골을 뽑더니 후반 28분에는 골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를 갈라 강원에 승리를 안겼다.
이상헌의 득점포는 올 시즌 꾸준히 불을 뿜고 있다.
개막 2경기 연속으로 골 맛을 봤고, 이날까지 3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특히 최근에는 2경기 연속으로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득점포의 파괴력이 점차 강해지는 모양새다.
이상헌은 5라운드 대구FC와 홈 경기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강원의 3-0 대승에 앞장선 바 있다.
벌써 7골을 넣어 자신의 K리그1 한 시즌 최고 득점 기록을 달성한 이상헌이다.
2018시즌 K리그1에서 경쟁하던 전남 드래곤즈에서 기록한 5골을 넘어섰고, 2022시즌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에서 올린 7골과 타이를 이뤘다.
이상헌의 갑작스러운 활약은 축구 팬들에게 생경한 일이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돼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손꼽혔으나 프로에 데뷔한 뒤로는 크게 활약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문'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2017년 울산 HD(당시 울산 현대)에 입단한 이상헌은 두 시즌 동안 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8년 전남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울산에 돌아온 뒤로도 2019년 5경기 1골, 2020년 8경기 1골만 기록했을 뿐이다.
2021시즌을 앞두고는 3대 1 트레이드로 K리그2로 강등된 부산으로 이적해 자존심이 꽤 상할 법한 일을 겪었다.
당시 울산은 부산에서 이동준을 데려갔고, 이상헌은 정훈성, 최준과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서도 이상헌은 잘 풀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아예 1군에서 밀려 5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산 퓨처스팀 소속으로 K4리그 경기도 뛰어야 했다.
이상헌이 다시 빛을 본 건 윤정한 강원 감독 덕분이다.
윤 감독은 과거 울산을 지휘했을 때(2015∼2016년) 현대고에서 뛰던 이상헌을 눈여겨봤고 올 시즌을 앞두고 손을 내밀었다.
부산에서 후보로 밀렸어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온 이상헌은 전지훈련에서 윤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윤 감독은 특히 이상헌의 공격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간 다른 팀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이상헌을 투톱으로 끌어올리며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겼다.
윤 감독이 공격 본능을 일깨워주자 이상헌은 '골잡이'로 거듭나고 있다.
왼쪽 공격수로 나서는 양민혁, 스트라이커 야고와의 호흡도 좋다. 특히 양민혁은 전지훈련 때부터 한방을 쓰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콤비'로 생활하고 있다.
이상헌을 앞세워 강원은 2연승을 올리며 리그 5위(승점 9)로 뛰어올랐다.
이상헌은 이날 후반 35분 이지솔과 교체됐다.
벤치에 앉은 그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중계 영상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강원 관계자는 "이상헌이 시즌 전 훈련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연일 실전에서 득점하면서 자신감이 더욱 올라간 눈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