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튀르키예축구협회와 연일 마찰을 빚는 명문 페네르바체가 슈퍼컵 경기 킥오프 1분 만에 경기를 포기하는 기행으로 협회에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페네르바체는 8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샨르우르파 GAP 스타디움에서 열린 갈라타사라이와 2023-2024 튀르키예 쉬페르 쿠파스(슈퍼컵) 결승전 시작 1분 만에 실점했다.
경기 재개를 위해 센터서클로 양 팀 선수가 모이던 중 돌연 페네르바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기 시작했다.
킥오프 후 4분가량이 지나자 주심이 페네르바체의 경기 포기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했고, 기쁨에 찬 갈라타사라이 선수들, 코칭스태프가 한데 모여 환호성을 질렀다.
튀르키예 슈퍼컵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인 쉬페르리그 챔피언과 튀르키예컵 챔피언이 단판 승부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다.
지난 시즌 컵대회 우승팀 페네르바체는 이날 전원 19세 이하 선수로 명단을 짜 그라운드에 내보냈고, 초반부터 실점하자 경기를 아예 포기했다.
경기 후 페네르바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오늘 우리는 승리가 아닌 진실을 지키기 위해 필드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연이은 마찰 끝에 튀르키예축구협회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페네르바체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본다.
페네르바체 입장에서는 경기 장소가 양 팀의 공통 연고지인 이스탄불에서 1천㎞ 이상 떨어진 곳으로 지정된 것부터 불만스럽다.
본래 올 시즌 슈퍼컵은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알아왈 파크에서 열려야 했다. 그런데 당시 킥오프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경기가 연기됐다.
양 팀 선수들이 튀르키예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가려진 티셔츠를 입으려 하자, 사우디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측은 장내 정치·종교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위반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는 12일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을 앞둔 페네르바체가 슈퍼컵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페네르바체는 이번 경기 일정, 장소뿐 아니라 최근 리그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둘러싸고도 튀르키예축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18일 트라프본의 파파라 파크에서 열린 쉬페르리그 30라운드에서 페네르바체는 홈팀 트라브존스포르에 3-2로 이겼다.
그런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일부 홈팬이 갑자기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페네르바체 선수들을 가격했다. 브라이트 오새이새뮤얼, 미시 바추아이 등은 주먹과 발길질로 반격했다.
선수와 팬뿐 아니라 이들을 말리려는 보안요원들과 각 팀 관계자까지 나섰고, 관중석에서 흥분한 팬 무리가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들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나타났다.
페네르바체는 '리그 탈퇴'라는 초강수까지 고려할 정도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나 오히려 팬들의 폭행에 반격한 선수 2명에게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지자 반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디림 알리 콕 페네르바체 회장은 이 경기 전부터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 축구가 재정립될 시간이 왔다"며 협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