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SSG 랜더스 오른손 투수 조병현(21)에게 2024년 4월 9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됐다.
2021년 SK 와이번스(현 SSG)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했던 프로 4년 차 선수인 그가 꿈에 그리던 데뷔 첫 승리를 한 날이기 때문이다.
조병현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팀이 4-5로 끌려가던 7회 구원 등판했다.
조병현은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키움 타선을 틀어막았고, SSG 타선이 경기를 8-5로 뒤집은 덕분에 구원승을 따냈다.
프로 입단 10경기 만에 처음으로 거둔 승리다.
마운드에서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던 조병현은 마운드를 내려오고 난 뒤에는 수줍음 많은 20대 초반 청년으로 변했다.
조병현은 "제가 첫 승한 것보다, 팀이 3연패였는데 이기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서 좋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떤 상황에 올라가든 후회 없이 던지자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나 볼넷보다는 빠르게 대결하는 게 좋다고 하셨고, 그렇게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입단 첫해인 2021년에는 3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10을 남겼던 조병현은 그해 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그는 퓨처스(2군) 리그를 대표하는 구원 투수로 발돋움했고, 덕분에 지난해 말 제대한 직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올 시즌에는 개막 이후 중요한 순간마다 등판하는 등 벤치의 신뢰를 확실하게 얻었고, 이날 경기를 포함해 7경기에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0.96으로 활약 중이다.
호투 비결을 묻자 "제가 잘 던지는 것보다는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자세를 낮춘 조병현은 "군대 가기 전보다 자신감도 붙었고, 구속도 올라갔다"며 비결을 밝혔다.
이번 시즌 조병현의 목표는 20홀드다.
목표대로 20홀드를 달성한다면 KBO리그 신인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나설 수 있다.
조병현은 "목표는 최대한 많은 홀드다. 팀이 이기는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면서 "(신인상) 목표는 갖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게 어색한지 단답식으로만 말하던 조병현의 얼굴을 더욱 붉어지게 한 말이 나왔다.
조병현은 가수 겸 배우 차은우를 닮아 팬 사이에서 '문학 차은우'라고 불린다.
조병현은 "팬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얼굴은) 아버지를 닮았다"며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