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빅토르 웸반야마(샌안토니오)가 미국프로농구(NBA) 첫 시즌부터 가공할 높이를 자랑하며 '신인류'라 불리는 이유를 증명했다.
15일(한국시간) 2023-2024 NBA 정규리그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웸반야마의 데뷔 시즌도 끝났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입단한 그는 '세기의 재능'다운 성적을 냈다.
웸반야마는 71경기에 출전, 평균 30분가량 뛰며 21.4점 10.6리바운드 3.9어시스트 3.6블록슛을 기록했다. 필드골 성공률은 46.5%, 3점 성공률은 32.5%였다.
220㎝가 넘는 신장에도 드리블 중 안정적으로 슈팅을 생산하는 등 가드, 포워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양팔을 쭉 뻗었을 때 측정한 길이가 무려 243㎝에 달해 수비면에서도 대단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을 들었는데, 실제로 쟁쟁한 NBA 골밑 자원들을 높이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웸반야마가 기록한 평균 3.6블록슛은 최근 8시즌간 최고 수치였다.
하산 화이트사이드가 2015-2016시즌 매 경기 29분가량 뛰며 3.7블록슛을 찍은 이후 웸반야마보다 많은 평균 블록슛을 낸 선수는 없다.
지난 2월 토론토 랩터스와 원정 경기(122-99 승)에서는 무려 10블록슛을 기록하기도 했다. 27점과 14리바운드를 더해 트리플더블도 작성했다.
일반적으로는 블록슛이 아닌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한다.
블록슛 10개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건 2021년 1월 애틀랜타 호크스 소속이던 클린트 카펠라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전에서 13점 19리바운드 10블록슛을 한 이후 3년 만이었다.
웸반야마는 그냥 제자리에서 팔을 들기만 해도 워낙 높아 점프 없이 상대의 슛을 쳐내는 장면이 자주 포착된다.
블록슛을 기록하지 못한 경우에도 골밑 수비에 크게 기여했다. NBA 사무국에 따르면 웸반야마가 막았을 때 선수들의 평균 필드골 성공률은 46%까지 떨어졌다.
웸반야마를 상대한 선수들은 본래 50.6%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했다.
웸반야마를 만나자 성공률이 급감한 셈이다. 이 격차를 담은 지표(DIFF%)는 -4.6으로 나타났다.
특히 골밑 수비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다. 림에서 1.8m 떨어진 지점까지 웸반야마가 막은 선수들의 필드골 성공률은 53.4%로 억제됐다.
이 선수들의 본래 성공률은 64.5%였다. DIFF%가 -11.1까지 내려간 것이다.
림에서 3m 떨어진 곳까지는 웸반야마가 만난 상대들의 필드골 성공률이 51.9%로 집계됐다. 이 지역에서도 상대한 공격수들의 일반 기록(60.7%)에 비하면 훨씬 수비 지표가 좋다.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로 뽑힌 재런 잭슨 주니어(멤피스)가 해당 시즌 DIFF%가 -2.8이었다. 림에서 1.8m 떨어진 지점까지는 이 지표가 -8.1이었다.
'공격수의 슛 성공률을 얼마나 떨어뜨렸냐'는 관점에서는 웸반야마가 이미 지난 시즌 '수비왕'을 넘은 셈이다.
올 시즌 올해의 수비수 유력 후보로는 미네소타의 골밑 수비를 담당한 뤼디 고베르가 꼽힌다.
웸반야마와 같은 프랑스 출신인 고베르는 인터뷰 등을 통해 '동향 후배' 웸반야마의 재능을 칭찬해왔다.
웸반야마는 선배를 넘어 리그 최고 수비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18일 덴버 너기츠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올해 고베르가 '올해의 수비수' 유력 후보임을 안다.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올해까지다. 내년부터는 내 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올해의 수비수' 부문에서는 고베르에 밀리는 모양새지만 신인상 수상은 유력하다.
경쟁자 쳇 홈그렌(오클라호마시티)은 시즌 중후반부터 부진하면서 기록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홈그렌은 82경기에서 평균 30분가량 뛰며 16.5점 7.9리바운드 2.3블록슛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