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국제배구연맹(FIVB)이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이상 25)의 이적 동의서(ITC)를 직권으로 승인하자마자, 그리스 언론도 들썩였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논란 속에 국내 무대를 떠났지만, 그리스 언론은 한국 국가대표 출신의 자매가 '침체한 그리스 여자프로배구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스 SDNA는 29일(현시시간) "PAOK 테살로니키 구단이 뛰어난 두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FIVB가 둘의 ITC를 발급했다"며 "그린라이트를 받은 이재영과 이다영은 조만간 테살로니키로 이동해 문서상 계약을 완료한다. 둘은 다소 침체한 그리스 여자프로배구 새로운 시즌의 엄청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메트로 스포트도 같은 날 "이재영·다영과 PAOK는 메디컬테스트와 공식 발표만을 남겨둔 상태"라며 "둘은 그리스 리그와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 PAOK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제타 그리스는 "둘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발됐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핵심 선수"라며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의 재능에 주목했다.
이다영의 이름은 올해 6월부터, 이재영은 7월부터 그리스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올해 2월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당시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동시에 대한민국배구협회도 둘에게 '국가대표 자격 무기 박탈' 처분을 내렸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행보에 한국 배구 팬들의 관심이 컸던 6월 11일, 터키 스포츠에이전시 CAAN은 "이다영이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와 계약했다"고 밝혀 많은 팬을 놀라게 했다.
흥국생명은 애초 이재영과 이다영의 보류권을 유지하려 했으나, 여론이 악화하면서 2021-2022 프로배구 정규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인 6월 30일 두 선수의 등록을 포기했다.
쌍둥이 자매가 모두 자유 신분 선수가 되면서, 7월부터는 그리스 언론이 이재영의 PAOK행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이재영은 PAOK 입단에 합의했다.
폴리틱 그리스는 "이재영과 이다영은 이미 여름에 PAOK 입단에 합의했다. ITC가 발급되면서 이제 공식적으로 PAOK 선수가 됐다"고 강조했다.
둘의 PAOK행을 추진한 에이전시 CAAN은 29일 "이재영과 이다영의 이적이 확정됐다. 둘은 PAOK와 1년 계약을 했다"며 "둘은 곧 한국인 최초로 그리스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된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언론이 공개한 이재영과 이다영의 ITC를 보면, 이적 기간은 올해 9월 6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다.
FIVB 공인 에이전트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의 발급 거부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과만 보면 아주 일반적인 ITC를 받았다"며 "ITC에 명시한 이적 기간은 V리그에 뛰는 외국인 선수와 거의 같다. FIVB가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를 국제대회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의 ITC 이적 기간도 쌍둥이와 거의 같다"고 설명했다.
30일 자매의 해외 진출을 도운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영의 6만유로(약 8천260만원), 세터 이다영은 3만5천유로(4천8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보너스를 제외한 순수 연봉이다.
둘의 기량과 2019-2020시즌 V리그에서 받은 연봉(이재영 연봉+옵션 총 6억원, 이다영 연봉+옵션 총 4억원)에 비하면 무척 낮은 금액이지만, 둘은 다시 코트에 설 기회를 얻었다.
내년 5월 이후에는 더 좋은 조건으로, 상위 리그 진출도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