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루 게릭과 칼 립켄이 떠난 그라운드, 기록의 가치는 변한다

[천병혁의 야구세상] 루 게릭과 칼 립켄이 떠난 그라운드, 기록의 가치는 변한다

링크핫 0 414 2022.06.13 11:00
루 게릭
루 게릭

[MLB.com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일은 메이저리그(MLB)가 지정한 '루 게릭 데이'였다.

루 게릭은 익히 알려진 대로 20세기 초반 베이브 루스와 함께 뉴욕 양키스의 전성기를 일구며 연속경기 최다 출장기록을 세웠던 위대한 선수다.

그는 1925년 6월 2일부터 1939년 5월 2일까지 2천130경기에 연속 출장하며 '철마(Iron Horse)'라고 불렸다.

물론 실력도 대단했다.

통산 타율 0.340, 493홈런, 1천995타점을 기록하며 두 차례나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하지만 게릭은 안타깝게도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이라는 희소병에 걸려 연속 경기 출장기록을 중단하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게릭은 은퇴 2년 후 세상을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오랜 시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야구선수로 남았다.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칼 립켄 주니어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칼 립켄 주니어

[EPA=연합뉴스]

게릭이 세웠던 연속경기 출장 기록은 56년이 지난 1995년 9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주전 유격수 칼 립켄 주니어가 경신했다.

'철인(Iron Man)'으로 불렸던 립켄이 게릭의 출장 기록을 한 게임씩 따라잡기 시작하자 당시 언론들이 매일 속보를 내보낼 정도로 미전역이 떠들썩했다.

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경기에 출장했던 립켄 역시 근면과 성실, 투혼의 대명사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칼 립켄은 연속경기 출장 기록을 2천632경기까지 늘렸다.

게릭과 립켄의 연속경기 출장 기록은 20세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기록 중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서는 더는 추구하는 기록이 아니다.

이제는 무리하게 한 시즌 162경기를 전부 출장하는 것보다 피곤할 때는 잠시 경기에서 빠져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칼 립켄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선수들은 이제 연속경기 출장 기록에 도전하지 않는다"라며 "야구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변한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위트 메리필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위트 메리필드

[AP=연합뉴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162경기를 완주한 선수는 위트 메리필드(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마커스 시미언(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2명뿐이었다.

이 중 2018년 6월 25일부터 경기에 빠지지 않고 있는 메리필드는 현역 선수 중 최장인 528경기 연속 출장 중이다.

게릭이나 립켄과는 견줄 수 없는 그의 기록은 역대 순위에서도 30위에 불과하다.

KBO리그에서 연속경기 출장기록 1위는 최태원 삼성 라이온즈 코치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세운 1천9경기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연속 경기 출장을 진행 중인 현역 선수 중 1위는 kt wiz의 중견수 배정대다.

배정대는 2019년 9월 20일 롯데전부터 356경기에 연속 출장 중이다.

배정대가 최태원의 기록을 깨려면 2026시즌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뛰어야 한다.

kt wiz 배정대
kt wiz 배정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은 연속경기 출장기록보다 주전들의 컨디션 조절이 선수는 물론 팀에도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구에서 오랜 세월 선수들을 평가하는 잣대였던 타율과 홈런, 타점, 평균자책점 등이 이제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탄생한 OPS(출루율+장타율)나 wOBA(가중 출루율),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등이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더욱 효율적인 기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부 올드팬들에게는 불편한 현실이 될 수 있지만 20세기에 존재했던 야구에서의 가치가 21세기 들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기록의 가치가 퇴색하고 새로운 기록과 가치가 도입되는 것은 야구의 또 다른 발전이라고도 평가해야 할 것이다.

[email protected]

Comments

번호   제목
13582 4년 만에 정상 탈환, NBA 챔피언은 골든스테이트…MVP는 커리(종합) 농구&배구 2022.06.17 451
13581 [표] 최근 10년간 NBA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농구&배구 2022.06.17 442
13580 4년 만에 정상 탈환, 2021-2022시즌 NBA 챔피언은 골든스테이트 농구&배구 2022.06.17 461
13579 이정후 "내겐 홈런보다 타율…안타 더 치려면 착한 일 해야죠" 야구 2022.06.17 483
13578 2026 북중미월드컵 개최 도시 16곳 확정…뉴욕·LA·밴쿠버 등 축구 2022.06.17 598
13577 7월 토트넘 방한 경기 입장 관중에 머플러·가방 등 선물 축구 2022.06.17 640
13576 KPGA 프로골프 구단 리그 '5월의 선수'에 김민규 골프 2022.06.17 575
13575 틱톡, 토트넘 방한기념 챌린지 이벤트…손흥민 등 영상도 공개 축구 2022.06.17 647
13574 프로축구 수원FC, 21일 포항전에 6·25 참전 용사 시축 축구 2022.06.17 617
13573 미국 스포츠매체 "이현중, 좋은 슈터지만 NBA 지명은 어려울 듯" 농구&배구 2022.06.17 394
13572 최경주재단, 초·중·고 8개 학교에 건강 지원금 후원 골프 2022.06.17 584
13571 'PGA 잔류파' 매킬로이, US오픈 첫날 1타 차 2위…선두는 해드윈(종합) 골프 2022.06.17 573
13570 최지만,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 마침표…양키스전서 2볼넷 야구 2022.06.17 471
13569 여자배구, VNL 세르비아에 져 6연속 0-3 패배…1세트 38-40 분패 농구&배구 2022.06.17 397
13568 포스코O&M,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3천억원대에 인수 골프 2022.06.17 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