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29)를 보면 연상되는 선수가 있다.
2019년 6월 10일 제이크 톰슨의 대체 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뒤 재계약에 실패한 브록 다익손이다.
프랑코는 다익손처럼 직구의 구위는 나쁘지 않으나 이를 받쳐줄 변화구의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이로 인해 초반 이닝은 잘 버티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투구 수가 늘어나고 실점을 하면서 강판당하는 패턴이 많았다.
실제로 프랑코는 피안타율이 1∼3회에는 0.248에 그치지만 4∼6회 0.273, 7∼9회로 0.400으로 편차가 뚜렷했다.
롯데는 과거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다익손을 결국 불펜투수로 돌렸다. 프랑코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9월의 마지막 날, 롯데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한 프랑코를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꾼 것이다.
8위 롯데는 5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가 5.5경기로 남은 경기 수(24경기)를 고려하면 뒤집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희망을 되살리려면 7연승을 달렸던 두산 베어스처럼 긴 연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롯데는 치고 올라가려는 타이밍마다 실망스러운 투구로 연승을 끊어놓은 프랑코를 더는 선발투수로 놔두지 않았다.
사실 롯데로선 고육지책이다. 프랑코는 올해 선발로 25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5.46으로 부진했다.
프랑코의 단순한 투구 레퍼토리는 선발투수로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그의 시속 150㎞대 강속구는 불펜투수로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프랑코 불펜 실험은 9월 30일 부산 kt wiz전에서 시작됐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은 뒤 7회초부터 프랑코가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상대는 완벽했다. 황재균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공 4개가 모두 직구로, 4구째 직구는 올 시즌 최고인 시속 160㎞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 투구는 아쉬움을 남겼다.
허도환, 신본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이어 대타 조용호의 타구가 공이 조명 안에 들어가면서 좌익수가 뒤로 빠뜨려 2타점 2루타가 되는 불운이 따랐다.
김민혁을 아웃 처리한 뒤에도 배정대의 적시타와 강백호의 볼넷으로 위기가 이어졌다.
프랑코는 장성우를 삼진으로 잡고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프랑코의 투구 내용은 1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 불운이 섞이기는 했지만, 하위타선에 연속안타를 맞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래리 서튼 감독은 "프랑코 불펜 기용은 최근 불펜 강화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일환이다. 오늘이 프랑코의 불펜 전환 첫날이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남은 시즌 프랑코를 쭉 불펜투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친 스트레일리를 필두로 박세웅-이승헌-이인복-서준원으로 토종 중심의 선발 로테이션을 가져갈 예정이다.
롯데는 프랑코를 불펜으로 확정 지으면서 다양한 마운드 운용 구상이 가능해졌다.
프랑코가 제 몫을 다한다면 롯데는 불펜진 과부하를 줄이면서 5강 싸움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제구가 흔들릴 때는 걷잡을 수 없는 편인 프랑코를 과연 누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기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따른다.
프랑코의 불펜 전환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야구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