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최근 홍건희(29·두산 베어스)가 마운드에 오르면, 팬들의 시선은 구속이 찍히는 전광판을 향한다.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서 홍건희는 전광판 기준 시속 155㎞를 찍었다. 스포츠투아이가 측정한 최고 구속은 시속 156㎞였다.
올 시즌 홍건희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8㎞다. 지난해 평균 시속 146㎞보다 2㎞ 빠르다.
9월 이후에는 공이 더 빨라졌다.
홍건희는 1일 LG전에서 공 12개 중 10개를 직구로 채웠는데, 모두 시속 150㎞를 넘었다.
'파이어볼러' 불펜 에이스의 활약 덕에 두산의 뒷문 걱정이 줄었다.
홍건희는 9월 이후 13경기에 등판해 15이닝 8피안타 2실점(평균자책점 1.20) 16탈삼진의 위력투를 펼치며 2승 1패 7홀드를 챙겼다.
두산은 9·10월 17승 3무 8패로 이 기간 최고 승률(0.680)을 찍으며 7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자주 홍건희를 '승리의 주역'으로 꼽았다.
올 시즌 두산 불펜 승리조는 자주 바뀌었다.
맹활약하던 사이드암 박치국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조기에 시즌을 종료했다. 다른 투수들도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비우곤 했다.
홍건희는 올 시즌 내내 1군 자리를 지키며 1일까지 5승 5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3.07로 활약했다.
눈에 띄는 건, 직구 구속과 활용 폭이다.
홍건희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8㎞, 최고 구속은 156㎞로 올랐고, 직구 구사율도 지난해 64%에 올해 73%로 10% 포인트 가까이 높였다.
답은 '단순함'에 있었다.
김태형 감독과 정재훈·배영수 투수 코치는 홍건희에게 자주 "넌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라고 강조했다. 직구 구위를 믿고, 과감하게 던지라는 의미였다.
제구를 잡고자 직구 구속을 낮춰보기도 하고, 변화구 구사율을 높여 타자를 유혹하려는 노력도 해본 홍건희도 자신의 직구를 믿어보기로 했다.
직구 구사율을 높여보니, 볼넷은 줄고 구속은 올랐다.
효과를 확인한 홍건희는 더 자신 있게 직구 승부를 펼쳤고, 성적은 더 좋아졌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오면, 지체하지 않고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