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마 잘못 찍혔을 겁니다."
홍건희(29)의 시속 156㎞ 직구가 화두에 오르자, 김태형(54) 두산 감독은 웃으며 "실제 구속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사령탑에게 중요한 건, 구속보다 결과다.
'불펜 에이스'로 자리 잡은 홍건희에게 김태형 감독은 고운 눈길을 보낸다.
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예전에도 홍건희는 늘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그 구속이 빛을 보는 건, 안정감과 확신 덕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를 떠올린 김 감독은 "사실 홍건희를 선발로 준비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홍건희가 '중간 계투로 자리 잡고 싶다'고 밝혔다"며 "지난해 우리 팀으로 온 뒤 불펜에 고정되면서 '이곳이 내 자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중간 계투로 경험을 쌓고, 중간 계투로만 준비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건희는 지난해 6월 7일 KIA 타이거즈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두산 이적 후 홍건희는 50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 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76으로 활약했다.
올해 성적은 더 좋다.
홍건희는 올 시즌 내내 두산 필승조로 활약하며 1일까지 5승 5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3.07로 호투했다.
올 시즌 홍건희의 직구 구속은 지난해 시속 146㎞보다 2㎞ 상승한 시속 148㎞이다. 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공 12개 중 10개를 직구로 채웠고, 10개 모두 시속 150㎞를 넘겼다.
KIA 시절에도 홍건희는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불안한 제구로 고민이 컸다.
홍건희는 제구를 잡고자 직구 구속을 낮춰보기도 하고, 변화구 구사율을 높여 타자를 유혹하려는 노력도 해봤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정재훈·배영수 투수 코치는 "넌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라고 강조하며, '직구 구위를 믿고, 과감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홍건희의 고민은 늘 제구였다. 하지만 제구를 고민하다가 구위를 잃지 않길 바랐다"며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이제는 홍건희가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는다"고 흐뭇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