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1.10.2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31)의 배트는 선선한 바람이 불면 불을 뿜는다.
그는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가을 야구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여러 차례 펼쳐 '가을 수빈'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2019년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375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해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에서도 6경기에서 타율 0.348의 화끈한 공격력을 펼쳤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소총수'인 정수빈은 중요한 경기에선 곧잘 대포도 날렸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맞붙은 2018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0-1로 뒤진 8회에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두산의 가을야구 중심엔 항상 정수빈이 있었다.
두산은 정수빈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정수빈에게 6년 총액 56억원을 안겼다.
모그룹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거액을 투자한 건 '우승 DNA'를 가진 정수빈이 필요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수빈은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몸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정수빈은 "매 시즌 초반엔 타격감이 그리 좋지 않은데, 올 시즌엔 그 기간이 매우 길었다"라며 "개인 성적이 좋지 않으니 눈치가 보이더라. 자꾸 고개를 숙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수빈은 정수빈이었다. 그는 9월부터 '가을 본능'을 끌어올렸다.
9월 한 달간 치른 26경기에서 타율 0.307을 기록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고, 10월에도 타격감을 이어갔다.
그리고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는 1-1로 맞선 5회말 1사 2루에서 키움 선발 최원태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투런 역전포를 쏘아 올렸다.
두산은 이 홈런을 발판 삼아 7-2로 승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이 되면 힘이 난다"라며 "그동안 자신감이 떨어져 힘들었는데, 멘털을 회복하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 영웅이 된다"라며 "후배 중에서도 많은 영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