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자 프로배구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리를 놓고 펼쳐진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OK금융그룹·등록명 레오)와 노우모리 케이타(KB손해보험)의 자존심 대결은 예상대로 불꽃이 튀었다.
26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두 팀의 경기는 OK금융그룹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로 끝났지만 두 선수의 시즌 첫 격돌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케이타는 직전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이날 경기 출전 여부마저 불투명했다. 선발 출전하긴 했지만 1∼2세트에선 타점도 낮고,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이 확연했다.
하지만 케이타는 3세트부터 지난 시즌 V리그 득점왕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케이타의 '원맨쇼'에 힘입어 일찌감치 승부가 KB손보 쪽으로 기울자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레오를 일찍 코트에서 뺐다.
4세트는 거의 케이타와 레오의 1대 1 맞대결처럼 보였다. 리듬이 살아난 케이타와 체력을 충전하고 돌아온 레오는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결과는 매치 포인트에 이어 마지막 득점을 완성하는 공격을 터트린 레오의 승리였다. OK금융그룹은 4세트를 25-23으로 잡아내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개인 기록에선 케이타가 38득점으로 레오(31득점)에게 앞섰지만 4세트 해결사 능력만 따지면 레오가 돋보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석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3세트에서 레오를 뺄 때 '케이타가 네 위에서 때린다'라며 자극을 줬다"고 소개했다.
석 감독은 "레오가 승부욕이 강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덧붙였다.
석 감독은 레오와 2012-2013시즌 삼성화재에서 동료로 지냈다. 이제는 감독으로서 레오를 지도하는 그는 레오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결과적으로 석 감독의 작전은 성공했다. 레오는 마지막 2득점을 포함해 4세트에서만 9점을 몰아쳤다.
레오는 "감독님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잘 안다. 동기 부여 차원에서 그렇게 얘기한 걸 잘 알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레오는 혈기 넘치는 케이타의 도전에 기분 좋은 자극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케이타와의 향후 대결이 기대된다고 했다.
레오는 "케이타 같은 선수가 있으면 흥이 난다. 배구가 재미있다"며 "재능 있고 어린 선수가 100%를 넘어 120%를 해주면 나도 120%를 끌어낼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KB손보와의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