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사우디 오일머니 지원' 골프 리그에 난감한 용품사

[권훈의 골프확대경] '사우디 오일머니 지원' 골프 리그에 난감한 용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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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용품 기업 테일러메이드의 후원을 받는 더스틴 존슨.
골프용품 기업 테일러메이드의 후원을 받는 더스틴 존슨.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가 뒷돈을 대는 새로운 프로 골프 투어의 출범이 가시회되면서 골프용품 기업들이 떨고 있다.

프리미어골프리그(PGL), 슈퍼골프리그(SGL) 등으로 알려진 사우디 후원 새 골프투어는 내년 9월께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레그 노먼(호주)이 사우디 후원 골프투어의 초대 커미셔너를 맡을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골프계 영향력이 막강한 노먼은 사우디 후원 골프투어에 사생결단 반대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였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노먼은 1990년대에 PGA투어에 맞서 글로벌 골프 투어를 창설하려던 전력이 있다. 노먼의 구상은 PGA투어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를 사실상 포용한 형태로 남아 있다.

PGA투어는 전략적 제휴 관계인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와 함께 사우디 후원 골프 투어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기회 있을 때마다 표출해왔다.

새로운 골프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는 출장정지와 나아가 영구제명도 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하지만 더스틴 존슨, 필 미컬슨,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 상당수 스타 선수들이 이미 사우디 쪽으로 반쯤 넘어갔다.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의 저지 작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싸움판 속에 곤란한 처지에 몰린 건 골프용품 기업이다.

이들은 마케팅과 영업을 스타 선수들에 크게 의존한다.

스타 선수가 대회 때 사용하는 클럽과 볼 등 장비 브랜드와 장비 자체가 TV 중계를 통해 노출된다. 선수가 용품 홍보와 광고의 일선이 서는 셈이다.

용품 기업은 선수와 후원 계약을 할 때 일정한 조건을 붙인다.

가장 일반적인 조건은 PGA투어 대회 출전 횟수다. 선수마다 다르지만 연간 15∼20개 대회 출전이 기본이다.

만약 사우디 후원 투어에 참가했다가 PGA투어 출장 정지나 제명 등 징계를 받으면 계약에 명시한 PGA투어 대회 출전 횟수를 채우지 못하는 불상사가 예상된다.

투어 대회 우승, 톱10 입상 횟수, 페덱스컵 랭킹이나 세계랭킹,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 출전 자격 획득에 보너스를 주는 계약도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이들은 모두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의 기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후원 골프투어는 골프 대회 중계 송 시청자가 가장 많고 용품 기업 마케팅과 영업의 최우선 대상인 미국 땅에서 생방송 중계가 불투명하다.

용품 기업이 PGA투어 대신 사우디 후원 골프투어에서 뛰는 선수를 후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선수 계약이 대개 3∼5년이라는 사실도 용품 기업을 난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우디 후원 골프투어는 선수마다 최소 3천만 달러의 수입을 보장하겠다고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이나 미컬슨 등 특급 선수들은 더 많은 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들은 굳이 용품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나설 수도 있다.

용품 기업에는 사우디 후원 골프투어 출범은 악몽이 될 전망이다. 물론,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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